로마 시대 황제 중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 이미지, 프라이드 깃발, 놀란 고양이 자료사진 ⓒGettyimagesKorea, Adobe Stock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 이미지, 프라이드 깃발, 놀란 고양이 자료사진 ⓒGettyimagesKorea, Adobe Stock

BBC, 핑크뉴스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노스하트퍼드셔 박물관은 역사 문헌 등을 통해 알려진 엘라가발루스 황제가 선호한 성별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를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것. 공식 대명사도 기존의 ‘그'(He)에서 ‘그녀'(She)로 바꾼다.

서기 218년에 집권해 222년 암살당한 엘라가발루스는 로마 제국의 제23대 황제로 여장을 즐기며 자신을 여성이라고 지칭한 기록이 남아있다. 로마 시대 기록자 카시우스 디오가의 자료에 따르면 그는 “나를 군주(Lord)라고 부르지 말라. 내가 여성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총 5번의 결혼 중 네 번은 여성과 했지만 한 번은 전직 노예 출신인 전차 운전사 히어콜스라는 남성과 결혼했다. 다섯 번째 결혼 당시 그는 ‘아내 및 여왕’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스 하트퍼드셔 의회의 키스 호스킨스는 아트뉴스페이퍼를 통해 전시 설명에 사용되는 인칭 대명사는 당사자가 직접 사용했거나 선호한 용어로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 이미지 ⓒGettyimagesKorea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 이미지 ⓒGettyimagesKorea

“우리는 과거 인물들이 사용한 대명사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고 있다.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엘라가발루스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인식하고 ‘그녀’라는 대명사를 명확하게 골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명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최근의 사회적 트렌드가 아니라 과거 인물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추가적으로 이 박물관은 엘라가발루스의 소지품인 은화를 LGBTQ+ 물품으로 분류하고 전시할 계획이다. 

다만 BBC에 따르면 엘라가발루스가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기록은 그를 암살하고 집권한 세베루스 알렉산더 황제 세력에 의해 악의적으로 부풀려 기록됐다는 주장도 있다. 슈쉬마 말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 교수는 “로마 문헌에는 정치적 인물을 비판하거나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여성스러운 언어와 단어가 사용된 예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키스 호스킨스는 “기록을 바탕으로 엘라가발루스가 명확하게 ‘그녀’라는 대명사를 선호했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 현대적으로 그를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믿는다”라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안정윤 에디터 /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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