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올해 하반기 2020년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4년(2+2) 만기가 도래한다. 집주인이 신규 계약을 맺을 때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해 보증금을 책정할 경우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전세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0년 7월 31일 임대차 2법을 시행했다. 세입자가 원하면 기존 2년 계약에서 2년을 더해 최대 4년간 전세를 유지하고, 계약 연장 때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규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은 재계약 때 보증금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2년 후 인상분을 반영해 올려 받았다.

전문가들은 오는 8월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전세 가격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 시장이 출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20년 8월 이후 ‘2+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는 완충 기간 없이 신규로 임차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그동안 못 올린 금액을 시세에 준해 인상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까지 하락을 거듭해 ‘역전세(기존 전셋값보다 시세 하락)’ 우려가 불거졌으나 7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올라 27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뛰어 36주 연속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부담으로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3만1729가구로, 지난해(36만5953가구) 대비 9%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3만2879가구에서 올해 1만1107가구로 2만 가구 넘게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에 임대차 2법 만기까지 겹치면서 전세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상승 압력이 있다”며 “매매 가격 하락으로 전세 수요가 여전한 데다, 올해 입주 물량이 줄어 전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입자 중 일부는 전세를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돌릴 가능성도 높다”며 “임대차 2법 만기로 전세 시장뿐 아니라 반전세 시장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사철이 다가오지만 전세 수요는 여전한 반면 아파트 입주 물량은 부족해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될 경우 전셋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