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을 해결할 묘수가 될까, 또 다른 안전 문제의 씨앗이 될까. 출퇴근 혼잡한 열차에 더이상 빈 자리가 없어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던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앉은 자리 없애고 더 많이 태우기’가 일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 서울시 대책은? ⓒ뉴스1, tvN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 서울시 대책은? ⓒ뉴스1, tvN

내년 1월 중으로 서울 지하철 4·7호선 열차에 일반석 의자를 제거한 ‘입석’ 칸 2개가 도입될 예정이다.

1일 서울교통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열차 내 혼잡도 완화를 위해 ‘전동차 객실의자 개량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달 6일 공사가 발표한 ‘승강장 혼잡도 개선 계획’과 더불어 열차 내 혼잡도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공사는 호선 상황, 차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아래 중요 구성품이 적은 호차를 선정해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좌석을 없앤 전동차 내부 사진. ⓒ서울교통공사
좌석을 없앤 전동차 내부 사진. ⓒ서울교통공사

 193.4%와 164.2%. 공사가 밝힌 2023년 3분기 기준 4호선과 7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열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탑승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 실제 승차 인원을 승차 정원으로 나눈 값)다.

공사는 객실 의자를 제거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4·7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가 각각 153.4%, 130.1%로 4분의 3가량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지하철 혼잡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4호선 3편성 30칸, 7호선 1편성 8칸을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증편 운행을 비롯해 주요 역에 혼잡도 안전 도우미를 채용하는 등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뉴욕 ‘입석 칸’ 승객 반응은? 국내서는 ‘안전 우려’ 커

2017년 뉴욕의 경우? ⓒ어도비스톡
2017년 뉴욕의 경우? ⓒ어도비스톡

‘지하철 입석 칸’ 운행에 대한 선례는 미국에서 발견된다. 지난 2017년 뉴욕타임스는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가 뉴욕시와 인근 지역을 오가는 지하철 ‘E라인(호선)’ 일부 열차를 입석으로 운영한 후,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해 소개한 바 있다.

E라인을 타는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앉을 필요는 없다. 가기만 하면 된다” (패션 디자이너 프레드릭 앤더슨), “앉아서 가는 게 건강에 꼭 좋진 않다. 서서 가는 게 건강에 꼭 나쁘지도 않다” (뉴욕대 교수 미셸 L. 모스) 등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UN 직원 라다 루드는 “지하철이 아니라 가축 운반용 차 같다”며 입석 칸이 지하철 운행 지연 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고 보았다.

서울교통공사의 발표가 나오고 온라인상에서는 누리꾼들의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어차피 몇 명 앉지도 못했는데 훨씬 나을 것 같다”, “소수만 혜택 보는 의자 없애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출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등 호의적 의견의 반대편에서는 “급정거나 갑작스런 사고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배차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입석 칸 운행에 찬성하면서도 안전 문제를 고려해 ‘잡을 수 있는 봉이나 손잡이를 늘려달라’는 요청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상황이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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