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포대, 연탄 한 장의 기적’을 타이틀로 매년 결식어르신들을 위해 전달하고 또 작은 위로 공연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11월이 되자 골프장의 그 붉은 단풍보다도 더 마음이 조급해졌다. 습관이란 참 무섭고 어떨 때는 AI보다도 더 정확하다. 알싸한 바람이 불고 골프장 풍경이 차츰 수은 빛으로 변해가면 꼭 해야 하는 버릇처럼 많은 지인들께서 소식을 전한다.

‘올해도 해야지, 작지만 따뜻함을 담아서 보내네'(전 스타휴 조한창 회장), ‘제가 이곳에 안보내면 분명히 다른데 쓸 것 같아서 1년 간 모은 마음 보냅니다'(오크밸리 이소연 이사), ‘누구에겐가 따듯한 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전 나인브릿지 김용운 대표이사), ‘멀리 미국에서 응원합니다. 그 따뜻함 응원합니다'(LA임성덕 교민), ‘참 일관성있게 실행하니 감동입니다'(전 데이비드 구현수 대표) 등등의 참 많은 응원 글과 쌀 한포대의 기적에 300명에 가까운 분들이 동참해주셨다.

그 중에서도 골프계에 종사하셨던 한 어르신께서 매년 말없이 자선금을 보내오고 있는데 올해는 두 번을 보내왔다. 순간 솔직히 가슴이 철렁했다. 연세도 있으시고 혹 기억이 흐릿해지시는 것이 아닌가 해서다. 조심스럽게 문자를 드리고 두 번이 와서 한 구좌는 돌려드리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팔순의 어르신께서는 “아닙니다. 일부러 내년 꺼 미리 보냈습니다. 내일을 기약 못하니 좋은 일은 미리 예약해두면 행복하지요”라고 하신다.

가슴이 먹먹해오고 형언할 수 없는 이 따뜻함과 순간 잘못 생각한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했다. 그 깊은 의미와 마음을 읽지 못한 스스로가 참 부끄러웠다. 결국 되돌려 드리면서 더 건강하신 소식을 1년 후에도 들려달라는 간곡함까지 말씀드렸다. 레오나드르 다빈치 말처럼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고 잘 쓰인 인생은 행복한 끝을 가져온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그런가 하면 가수 박군은 그 바쁜 스케줄 중에서도 ‘쌀 한 포대 전달식’을 제일 먼저로 잡고 달려와 어른들 손을 잡아드리고 공연과 노래 선물을 했다. 올해 처음 참석한 가수 정동하도 새벽 2시 촬영을 마치고 거의 뜬눈으로 달려와 어르신들께 공연을 해줬다. 그 백발의 노인 분들도 소녀 감성으로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시며 정동하의 노래를 감상했다. 30년 간 변함없이 함께 봉사하고 노래 선물을 해주고 있는 가수 강은철 선배와 안계범도 오히려 본인들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한다.

30년 간 진행해오고 있는 이 따뜻한 한 끼 밥과 한 장의 연탄은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실행하려는 따듯함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것도 함께 골프를 한다는 ‘골퍼’ 그 하나의 인연으로 동참해서 일궈낸 기적이어서 보람차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발’이다. 생각은 있으나 실행하지 않으면 그 보다 더 먼 거리는 없다.

“고맙습니다. 이 노인들에게 애쓰는 게 너무 감사하고 선물과 공연까지 해주시니. 내년에도 꼭 올 거죠?” 장민호 크림과 자석파스를 받고 돌아가시는 어르신께서 아쉬움과 고마움과 내년을 기약하는 것은 그 어르신이 건강하게 잘 살겠다는 희망적 목소리로 상기 됐다.

분명 세상에는 ‘기적은 없다’라고 믿는 사람과 ‘지금 이 삶이 기적’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부정보다는 긍정 그리고 희망을 간직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씨는 한 달에 100만원을 벌어서 50년 동안 8100만원을 기부하고 살았다. 홍콩르노와르 배우 주윤발은 8100억 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밥 세끼와 잠 잘 침대만 있으면 된다는 철학으로 살아 온 것이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닌 마음이 따뜻해서 함께해준 필자 SNS 지인들께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매년 한결같은 마음으로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게 해줘 오히려 고맙다”는 말들에 늘 빚을 지고 사는 느낌이다. 그리고 좀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A 어르신께서 내년 자선금을 미리 보내려는 그 마음처럼 먼저 사랑하고, 먼저 다가서서 안아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올해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에게 내년엔 밥 차와 커피차를 한 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누군가를 위해 줄 수 있고 목표를 갖고 내일을 기다린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생떽쥐베리의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거야”라는 말처럼.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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