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개봉한 이해영 감독의 ‘독전’은 마약을 소재로 한 독한 전쟁 이야기를 탄탄한 이야기와 긴장감 넘치면서도 모호한 분위기, 짙은 여운으로 520만 관객이란 잭팟을 터뜨렸다.

‘이 선생’으로 불리는 베일에 쌓인 거대 마약 범죄조직 보스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인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이 선생의 실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긴장감을 이어갔다. 노르웨이의 외딴 오두막에서 총성 한 발이 울리는 엔딩 신도 그 안에 있던 형사 원호(조진웅)와 그의 조력자 역할을 하던 마약조직 일원 락(류준열) 가운데 누가 총에 맞았는지는 알 수 없어 관객의 상상을 한껏 자극했다.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백종열 감독의 ‘독전 2’는 익숙한 프리퀄이나 시퀄이 아닌 미드퀄을 표방했다. 용산역에서의 혈투와 노르웨이 총성 사이 몇개월의 시공간을 가져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독전 2’는 이 선생을 자칭하다가 용산역 혈투에서 체포돼 병상에서 치료받던 마약 범죄조직 우두머리 브라이언(차승원 분)이 탈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호는 브라이언을 잡는데 도움을 준 락(오승훈)을 이 선생으로 의심하지만 용산역 사건 이후 농아 남매 기술자(김동영-이주영)와 함께 사라진 그의 행방을 알 수조차 없다. 여기에 ‘큰 칼’로 불리는 중국의 마약 범죄조직 2인자 섭소천(한효주)이 한국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오면서 판이 커진다.

이 선생을 잡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한 그는 작전 수행 과정에서 아끼던 부하까지 잃게 되자 분노와 복수심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독자적으로 락의 행방을 좇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독전 2’는 전편보다 액션의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총격전이 난무하며 태국의 밀림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은 고강도 액션쾌감을 전한다.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내던지는 등 잔인한 ’19금’ 장면도 빼곡하다. CF·뮤직비디오 연출 출신답게 백종열 감독은 이를 탁월한 비주얼로 뽑아내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액션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전편의 이야기와 아귀가 맞지 않는 결정적 대목은 의아함을 유발한다. 이미 락의 실체가 이 선생이었음이 전편에서 드러났음에도 ‘독전2’에서는 또 다른 인물을 설정한다. 그러다보니 구절구절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반전의 묘미나 긴장감은 훅 떨어진다. 엔딩 장면도 이런 아쉬움의 연속선 위에 자리한다.

이는 ‘락’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배우에도 영향을 미친다. 속을 알 수 없는 락의 모호함은 관극의 묘미였다. 이를 배우 류준열은 선악이 공존하는 특유의 마스크로 강렬하게 소화했다. 공연계 출신 오승훈은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임에도 단선적이 돼버린 락 캐릭터를 연기하는 한계에 봉착한다. 반듯한 이미지도 캐릭터와 ‘착붙’이란 느낌이 들진 않는다.

한효주는 파격 변신을 선보인다. 거칠고 무자비한 여성 빌런을 연기했다. 최근 ‘무빙’에 이어 ‘독전2’까지 연이어 도전을 감행하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이번 변신이 성공적인지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릴 듯하다.

전편에서 ‘약빤 듯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진서연과 故 김주혁과 같은 임팩트 있는 캐릭터와 마주하지는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감정을 끓어올리는 연기에 있어서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 조진웅과 불안한 빌런의 다면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차승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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