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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박성일 기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지 않아도 제반사정을 고려해 발병 및 악화 요인으로 보여진다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망인의 어머니인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망인은 2010년 7월에 한 병원에 입사해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을 담당해오다가 2020년 8월 14일 자택에서 쓰러진 뒤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흉대동맥박리(흉부 대동맥의 벽이 찢어져 파열)’로 판단됐다.

이에 망인의 어머니인 A씨는 망인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시간 외에도 연장근로를 실시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만성 과로에 시달렸고, 도수치료사의 특성상 육체적인 업무강도가 높았으며, 이에 더하여 망인이 일하던 병원 원장이 망인의 불법 리베이트 수령을 의심해 망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해당 상병이 발병한 것”이라며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법상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한다”면서도”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한다”며 “망인이 사망 전 근로계약으로 정해진 업무시간을 초과해 업무를 수행한 점, 도수치료가 상당한 수준의 육체적·감정적 노동을 요하는 점, 발병 무렵 병원장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 등 상당한 정신적 부담이 있었던 점 등을 상병 발병 및 악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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