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 경사로에서 차의 기어를 중립에 놓은 채 하차해 바다에 추락한 차에 타고 있던 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던 ‘여수 금오도 사건’의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박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롯데손해보험,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각 10억원, 1억원, 1억원 등 모두 1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연이자 계산의 시작일에 대한 2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스스로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심 법원이 박씨가 고의로 사고를 가장해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증명책임, 보험수익자의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판례 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게약들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2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위반,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 등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판례 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박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아내의 연소득과 주거형태를 허위로 기재한 것에 대해 보험계약의 중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 체결로 볼 수 없고, 허위 고지로 인해 보험계약이 헤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같은 이유로 피고 보험사 중 일부 보험사가 박씨에 대해 갖는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채권으로 박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를 상계하겠다고 한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도 수긍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심이 보험사들이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다음날인 2020년 12월 10일부터 연 12%의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적용해 지연이자를 계산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보험사들)의 주장이 원심에서 배척됐으나 제1심에서 받아들여진 이상 그 주장은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더라도 소송촉진법 제3조 2항에 따라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같은 조 1항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라며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법 제3조 1항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것은 소송촉진법 제3조 2항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1심 결과가 2심에서 180도 뒤집혔다. 때문에 피고 보험사들이 재판을 통해 박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1심 승소 결과가 뒤집힌 2심 판결 선고일로 봐야 하고, 따라서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기산점은 2심 선고일 다음날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박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직포마을 선착장에서 아내 A씨(사망 당시 47)를 제네시스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아내와 선착장에서 머물던 박씨는 후진하다가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혼자 운전석에서 내렸는데, 박씨가 하차하기 전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7cm 열어둔 것을 검찰은 차가 빨리 가라앉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형사재판 1심은 살인죄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2심은 살인죄 무죄를 선고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박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에서 살인죄 무죄를 확정받은 뒤 박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부인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박씨는 사고 2개월 전 자신을 보험금 수령자로 하는 보험 2건에 가입하는 등 사고 발생 전 모두 6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중 일부 보험은 사고 발생 20여일 전 혼인신고를 마친 뒤 보험 수익자를 자기로 변경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의 결론에 민사재판이 구속되지 않는다며 박씨에게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 박씨의 보험금 지급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혼인신고 직후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시기에 각종 보험의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2심에서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 피고 보험사들이 박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전에 사고 장소인 선착장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각 5분, 8분밖에 머물지 않은 것에 비춰 경사로에서 차량이 스스로 미끄러질 수 있는 임계점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사건 당일 저녁 11시경 아무런 조명이 없는 방파제 끝 부분에서 승용차를 후진해 추락방지용 난간을 충격한 후 정확하게 그 위치에 정차하는 일 역시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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