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가니까 군인들이 저를 몽둥이랑 혁대로 때리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벽에다가 막 찧었어요. 이 귀싸대기를 손으로 얼마나 많이 때리는지, 나중에는 손바닥이 아프다며 자기 가죽 구두 안에다가 손을 넣어서 구두로 때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얼굴이 빵처럼 막 부풀어 올랐죠.” (강제북송 피해자 지명희 씨)

지 씨는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 강제북송을 당했다. 탈북 시도 세 번째만인 2016년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고문 후유증으로 성치 않다는 다리를 매만졌다.

그런 그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는 오는 6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78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사회에 호소, ‘중국 책임 명확히 하라’

지난달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 폐막 직후 600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을 강제 북송시킨 것으로 전해지면서 탈북민 커뮤니티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8월에도 80명, 9월에 40명 등을 강제북송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을 한꺼번에 북송하는 건 이례적이다.

강제북송 피해 탈북자들과 국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8일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조직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탈북민 이한별 씨는 “피해자 가족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의 강제북송을 막을 수 있도록 침묵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이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오랜 시간 북한인권 활동을 해왔다. 이 씨의 오빠는 2009년 1월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는데, 이후 지금까지 생사 확인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비대위의 목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을 강제북송 책임 국가로 최초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 씨를 비롯한 비대위 소속 강제북송 탈북민 가족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오는 5일 유엔 본부 방문에 이어 8일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과 만날 예정이다.

태 의원은 “중국은 국제법인 1951년 난민협약을 지키고, 탈북민을 제3국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보낼 수 있는 과정을 지켜야 한다”며 “한국 정부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비대위 사무총장을 맡은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명예회장은 “(중국이 명시된 후에도) 강제북송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유엔인권이사국 박탈 활동을 벌이고 내년 중국의 파리올림픽 참가 자격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행위가 일어났다는 보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 씨는 북한으로 송환되기 전, 중국에서 겪은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중국 공안은 전기 곤봉을 들고 때렸어요. 완전히 창고 같은, 화장실도 없고 물도 안 나오는 감방에 우리를 가둬 놓고요. 화장실이 없으니 큰 통을 구석에 놔뒀는데, 배설물이 열흘쯤 돼서 다 차야 버리기 때문에 악취가 심해요. 당연히 몸을 씻는 건 불가능하고, 세수도 하소연해서 70일 동안 딱 한 번 해봤어요…변방대 군인들도 우리한테 너무 심하게 굴었기 때문에 제가 ‘내가 너희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겠다’고 한 게 기억나요.”

‘강제북송 공포’…더 숨어드는 탈북민도

반면 중국에 머무르고 있거나 가족이 비교적 최근 강제북송을 당한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은 대규모 강제북송 사태 후 더욱 움츠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강제북송된 가족이 더 심한 고초를 겪거나, 앞으로 탈북민 단속 및 탄압이 더 심해질까봐 두려워서다.

북한 장교 출신인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는 “수많은 탈북민이 강제북송 사태에서 강제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에는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그저 숨죽이고 기다리는 탈북민이 많다”고 했다.

북한 여성 인권 활동가인 김 대표는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행사에서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을 호소했다.

그는 강제북송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탈북민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될 경우 해당 탈북민이 강제북송 과정에서 정치범 수용소로 넘겨지거나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 및 지인들이 강제북송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이 탈북 행위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조국 반역죄’로 규정하는 만큼, 강제북송된 탈북민이 교화소가 아닌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면 더 심한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결성된 비대위에도 최근 강제북송된 탈북자 가족이 포함돼 있지만, 공개적인 활동은 꺼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비대위에 최근 강제북송 된 600여 명에 가족이 포함된 이들도 참가하고 있지만, (공개 활동에) 직접 나서기엔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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