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렉 카운셀
▲ 크렉 카운셀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올해 메이저리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창단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텍사스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장 좋은 결과를 낸 팀이 됐다.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던 건 불펜이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불펜이 강해야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정론이다. 텍사스는 불펜이 매우 불안했는데,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브루스 보치 감독이 있었다. 보치는 불펜 전력이 약해도 감독 역량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번 스토브리그는 감독들의 대이동이 예고되어 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과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고,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들도 있었다. 여기에 계약 기간이 끝난 감독들도 나오면서 선수 못지 않게 감독들의 행선지가 주목됐다.

최대어는 단연 크렉 카운셀 감독이었다.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은 이번 겨울 최대어가 카운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15년 밀워키 브루어스에 부임해 9년간 통산 707승을 올렸다. 그 사이 밀워키는 세 번의 지구 우승과 5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밀워키 감독 최다승 순위 (승률)

707 – 크렉 카운셀 (0.531)
563 – 필 가너 (0.477)
457 – 네드 요스트 (0.477)

당초 카운셀은 “뉴욕 메츠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밀워키 출신의 데이빗 스턴스가 메츠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카운셀도 함께 팀을 옮길 것으로 보였다. 고향 팀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밀워키 잔류도 무게가 실렸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가 카운셀을 영입했다. 심지어 컵스는 밀워키와 같은 지구 라이벌 팀이다.

힘을 발휘한 건 결국 돈이었다. 컵스는 카운셀에게 역대 감독 최고 대우를 보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 5년에 총 규모는 4000만 달러 이상으로 전해진다. 연 평균 800만 달러 수준이다. 카운셀 이전 연 평균 최고액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뉴욕 양키스를 이끈 조 토레였다. 토레가 받은 연 평균 금액은 750만 달러 정도였다.

‘USA투데이’에 의하면 올해 연봉 175만 달러 이하였던 감독은 딱 절반이었다. 감독들의 몸값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해도 몸값이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카운셀의 밀워키 마지막 시즌 연봉은 350만 달러였는데, 일각에서는 카운셀이 연봉 600만 달러 감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이 연봉을 훨씬 뛰어 넘었다.

컵스가 카운셀에게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2021년 71승, 2022년 74승에 이어 올해 83승을 올린 컵스는 또 다른 우승을 위한 밑그림이 완성됐다. 이제는 더 완성도 높은 야구를 펼쳐 줄 인물이 필요했다.

카운셀은 그 적임자다. 불펜 운영에 일가견이 있고, 승리하는 법과 승리를 지키는 법을 아는 감독이다. 컵스를 한 단계 더 올려줄 수 있다. 카운셀이 컵스로 온 건 놀랍지만, 컵스가 카운셀에게 제안한 건 그리 놀랍지 않다. 가까이서 자주 지켜봤기 때문에 카운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조 매든(왼쪽)과 테오 엡스타인
▲ 조 매든(왼쪽)과 테오 엡스타인

2016년, 컵스는 조 매든이 부임한지 2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른바 108년 만의 깨진 염소의 저주였다. 컵스는 그 다음 우승까지의 공백기가 길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특히나 테오 엡스타인의 후임으로 전권을 쥔 제드 호이어 사장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엡스타인의 그림자를 벗어나야 하는 호이어는, 카운셀이 매든처럼 빠르게 우승을 이끌어줘야 한다.

문제는 연봉만큼 높아진 카운셀의 기대치다. 밀워키는 카운셀이 부담 없이 자신의 야구를 선보일 수 있는 곳이었다. 고향 팀을 강조한 덕분에 팬들의 지지도 탄탄했다.

컵스는 다르다. 마켓 규모부터 비교할 수 없다. 중소마켓에서 빅마켓으로 오면서 적응이 힘든 건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밥 멜빈 감독도 처음 맡아본 스타 군단을 부담스러워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상응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가 생겼다. 최종 목표는 우승인데, 이를 달성하려면 카운셀도 포스트시즌에서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포스트시즌 통산 7승12패 승률 0.368).

▲ 카를로스 멘도사
▲ 카를로스 멘도사

카운셀과 협상이 틀어진 메츠는 양키스의 벤치코치 카를로스 멘도사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멘도사는 코치로서 여러 역할을 수행했지만, 감독은 처음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이 메이저리그 감독을 맡게 된 건 아지 기엔에 이어 두 번째다.

원래 메츠는 벅 쇼월터가 지휘했다. 지난해 감독상을 받은 쇼월터는 올해 메츠가 실망스러운 성적(75승87패)을 거두면서 곧바로 해고됐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을 떠나보내고, 초보 감독을 데려온 건 다소 의외다. 심지어 메츠는 최근 초보 감독들과의 궁합이 그리 좋지 않았다(미키 캘러웨이, 루이스 로하스). 당장 내년에도 계속 우승 도전을 해야 하는데, 멘도사가 그 분위기를 조성해서 선수단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즉, 메츠는 스턴스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알리진 않았지만, 이 의도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스턴스는 현재 공석인 단장 자리도 이번 오프시즌에 그대로 둘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뉴욕 포스트’는 “메츠가 카운셀에게 높은 수준의 제안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장 인기 있는 감독에게 미온적으로 나온 것 자체가 감독 중심으로 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 선수 시절 스티븐 보트
▲ 선수 시절 스티븐 보트

프랑코나가 물러난 클리블랜드 가디언즈도 초보 감독을 선택했다. 불과 작년까지 선수로 뛰었던 스티븐 보트다. 보트는 선수 시절부터 감독을 꿈꾸면서 준비했다.

1984년생인 보트는 선수 시절부터 리더십이 강점이었다. 보트와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은 “그가 감독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시애틀에서 불펜 코치와 퀄리티 컨트롤 코치를 역임했는데,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클리블랜드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만큼 젊은 피들로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샌디에이고 멜빈을 감독으로 데려왔다. 게이브 캐플러와 마찬가지로 직전 시즌 아쉬웠던 감독을 내세운 것이 특기할만하다. 물론, 멜빈은 캐플러보다 경력이 화려하지만, 과거에 갇히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멜빈이 떠난 샌디에이고는 네 명의 후보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감독 경험이 있는 마이크 실트가 유력한 가운데 라이언 플래허티와 벤지 길, 그리고 카운셀에게 밀린 데이빗 로스가 후보군이다. 샌디에이고 역시 A J 프렐러 사장의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에, 차기 감독은 색깔이 엷은 인물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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