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봤는데 박쥐가 붙어있다면?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15일 오전 9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목격된 박쥐. 입주민이 직접 촬영한 영상 캡처 / 연합뉴스-독자 제공

지난 15일 오전 9시쯤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에 박쥐가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15층에 사는 입주민은 창문 방충망에 매달려 있는 박쥐를 목격했다. 그는 놀란 것도 잠시, 도구를 이용해 황급히 박쥐를 멀리 쫓아냈다. 박쥐가 인수공통감염병 숙주이자 매개 역할을 한다는 얘길 들었던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 주민은 연합뉴스에 “아파트가 도심에 위치해 있고, (집) 근처에 숲이나 동굴도 없는데 박쥐가 나타나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이라고 들어서 보자마자 뜰채로 쳐서 날아가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도구로 건들이자 날아가는 박쥐의 모습 / 연합뉴스-독자 제공

마포구도 갑작스러운 박쥐 출몰에 놀란 분위기다. 지금까지 마포구 내에서 박쥐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적은 단 1건도 없었다고 한다.

한 번도 겪지 못한 상황이지만, 구청 측은 “만일 ‘박쥐를 발견했으니 구조해달라’고 신고하면, 절차에 따라 구조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도심 한복판에 박쥐가 등장하는 건 드문 일이다.

박쥐는 대개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5월까지 약 200일간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겨울잠 잘 곳을 찾다가 잠시 아파트에서 휴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환경 오염 등 이유로 서식지가 파괴돼 도심에 출현한 것 아니냐는 일부 관측에 대해선 ‘확대해석’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박쥐에 관한 연구를 이어온 김선숙 국립생태원 박사(생태응용연구실 생태신기술팀 선임연구원)는 “(아파트 주민이 직접 촬영한) 사진 속 박쥐는 집박쥐나 안주애기박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방충망은 (촘촘하고) 평평해서 박쥐가 발톱으로 매달리기 편한 조건”이라며 “박쥐가 임시 잠자리로 택한 장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쥐는 서울 상공이든 시골이든 어디서나 살고 있다”며 “물리지 않는다면 (바이러스 등) 감염성은 매우 낮다. 어쩌다 사람과 스쳤다고 병이 옮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접촉만 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강원도 속초 시내에서 발견된 박쥐. 한 아파트 22층 방충망에 박쥐 한 마리가 날아와 붙어 있는 모습을 입주민이 목격했다. / 연합뉴스-독자 제공

한편 이날 발견된 집박쥐·안주애기박쥐(추정)는 동굴 생활을 하는 다른 박쥐들과 다르게 주택가 근처, 건물 지붕 안쪽이나 갈라진 틈 등 빈 공간에 살며, 체온 유지가 가능하고 은폐가 가능한 공간을 잠자리로 활용한다고 한다.

서식지 이동을 하는 이맘때쯤 어쩌다 도심에서 목격되곤 하는데, 추운 바깥 날씨에 노출된 박쥐가 집 안에서 나오는 따뜻한 기운 때문에 아파트 창문 틈이나 방충망 같은 곳에서 쉬는 거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배우 박솔미(왼쪽)가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사진. 도심인 지인 집에 나타난 박쥐(오른쪽) 모습이 담겼다. / 박솔미 인스타그램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따르면 박쥐 등을 발견했을 땐 함부로 만지거나 먹이 등을 주지 말고 야생 동물구조 단체에 연락해야 한다.

구조가 필요한 개체가 발생하면 구청별 관리부서에서 현장에 출동, 구조 후 센터에 직접 인계한다. 위험한 개체거나 전문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센터에서 직접 출동하여 구조한다.

질병 등이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과 접촉한 모든 물건 등은 소독하거나 깨끗이 씻어야 한다. 다만 발견 장소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곳이라면 박쥐가 휴식 후 스스로 올바른 경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며칠 기다려 주는 것도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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