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류중일호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APBC 2023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4로 분패했다.

초대이자 직전 대회였던 APBC 2017에서 일본(1위), 대만(3위) 등과의 경쟁 끝에 준우승했던 한국은 이로써 두 대회 연속 2위에 오르게 됐다.

 아쉽게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이번 APBC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KBO 제공
아쉽게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이번 APBC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KBO 제공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KBO 제공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KBO 제공
 APBC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호투한 곽빈. 사진=김영구 기자
APBC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호투한 곽빈. 사진=김영구 기자

예선 첫 경기에서 호주를 3-2로 꺾은 뒤 일본에 1-2로 분패한 한국은 대만을 6-1로 완파하며 2승 1패를 기록, 일본(3승)에 이어 결승에 나섰다. 그렇게 진행된 리매치에서 설욕과 함께 APBC 첫 정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단 낙심할 필요는 없다.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구단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만 나설 수 있으며, 3장의 와일드카드도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만 출전이 가능한 APBC에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승부에서 분명 한 뼘 성장했다. 본래 APBC는 성적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현재 대표팀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한국은 이런 면을 감안했을 때 분명 이번 대회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과 더불어 김혜성(키움 히어로즈·2루수)-김도영(KIA 타이거즈·3루수)-윤동희(롯데 자이언츠·우익수)-노시환(한화 이글스·1루수)-김휘집(키움·지명타자)-김주원(NC 다이노스·유격수)-김형준(NC·포수)-문현빈(한화·좌익수)-최지훈(SSG랜더스·중견수)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이에 맞서 후지와라 쿄타(지명타자)-코조노 카이토(유격수)-모리시타 쇼타(좌익수)-마키 슈고(1루수)-사카쿠라 쇼고(포수)-만나미 츄세이(우익수)-카도와키 마코토(2루수)-사토 테루아키(3루수)-오카바야시 유키(중견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이마이 타츠야.

기회는 한국에게 먼저 다가왔다. 2회초 2사 후 김형준이 볼넷을 골라 나가며 물꼬를 텄다. 그러자 문현빈도 좌전 안타를 치며 2사 1, 2루를 연결했다. 단 최지훈의 잘 맞은 타구가 일본 좌익수 모리시타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며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위기를 넘긴 일본에게도 찬스가 왔다. 2회말 곽빈의 제구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만나미의 2루타와 사토, 오카바야시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만들어 진 것. 다행히 곽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후지와라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기선제압은 한국의 몫이었다. 3회초 선두타자 김혜성이 볼넷으로 출루한 가운데 김도영이 번트를 시도했다. 이때 일본 1루수 마키가 공을 완벽히 포구하지 못하며 무사 1, 2루가 이어졌다. 이후 윤동희는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노시환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일격을 당한 일본은 3회말 땅을 쳤다. 코조노의 중전 안타와 모리시타의 3루수 땅볼에 이은 코조노의 포스아웃, 사카쿠라의 볼넷으로 2사 1, 2루가 연결됐으나, 만나미가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침묵하던 일본은 5회말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키가 좌중월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대형 솔로 아치를 그렸다.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져온 일본은 6회말 경기 균형을 맞췄다. 선두타자 만나미가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친 뒤 카도와키의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했다. 그러자 사토가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렸다.

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7회초 좋은 기회를 놓쳤다. 선두타자 최지훈이 3루수 방면 번트안타로 출루한 후 김혜성의 희생번트로 3루에 도달했지만, 김도영(삼진)과 윤동희(유격수 땅볼)가 침묵했다.

찬스를 놓치자 위기가 찾아왔다. 8회말 1사 후 잘 던지던 최준용(롯데)이 사카쿠라에게 볼넷을 범한 뒤 만나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에 몰렸다. 그러나 한국에는 최지민(KIA)이 있었다. 카도와키와 사토를 각각 삼진, 2루수 땅볼로 이끌며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정규 이닝 동안 더 이상의 득점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전은 주자를 두 명 놓고 하는 승부치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연장 들어 먼저 앞서간 쪽은 한국이었다. 10회초 김도영이 유격수 병살타에 그쳤지만, 윤동희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처럼 잘 달려온 한국이었지만, 10회말 승리의 여신은 끝내 한국을 외면했다. 정해영(KIA)이 코가 유토의 희생번트로 연결된 1사 2, 3루에서 사카쿠라에게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만나미의 자동 고의4구로 만들어진 2사 만루에서는 카도와키에게 좌익수 방면으로 흐르는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그렇게 한국은 준우승과 마주하게 됐다.

한국 선발투수 곽빈은 88개의 볼을 뿌리며 5이닝을 5피안타 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최승용(두산·1이닝 1실점)-최준용(1.1이닝 무실점)-최지민(1.2이닝 무실점)-정해영(0.2이닝 2실점 0자책점)이 차례로 등판했다.

타석에서는 최지훈(4타수 2안타)이 돋보였다. 노시환(4타수 1안타 2타점)도 맹타를 휘두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아쉽게 우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APBC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대표팀. 사진(도쿄 일본)=이한주 기자
아쉽게 우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APBC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대표팀. 사진(도쿄 일본)=이한주 기자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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