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 대만 유니폼에 강조된 ‘T’

‘chinese’는 일부 가려져

대만 현상유지 강조해온 尹정부

대만 독립 관련 입장은 뭘까

지난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최종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 출전한 대만 선수 ⓒ연합뉴스 지난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최종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 출전한 대만 선수 ⓒ연합뉴스

LG트윈스 우승으로 웅장해진 ‘엘린이’는 지난 18일 또 한 번 TV 앞으로 향했다. 한국시리즈 일정으로 우승팀 선수들을 발탁하지 못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을 걱정하며 소파에 몸을 맡겼다.

한데 경기 내용보다 눈길을 끈 건, 상대 팀이었던 대만 대표팀 유니폼이었다. 대만 유니폼에는 통상 CT(Chinese Taipei)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C는 빨간색, T는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한데 이번 대표팀 유니폼에는 어째서인지 TC 순으로 적혀있었다. 특히 왼쪽 가슴에 달린 로고는 대문자 T가 chinese를 가려버린 모양새였다.

찾아보니 APBC가 처음 개최된 지난 2017년에도 대만은 같은 로고를 사용했다. 이번 유니폼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 셈이다. 다만 APBC 선수단이 ‘국가대표’가 아닌 ‘프로야구 대표’로 꾸려지는 만큼, ‘대만 정체성’을 에둘러 강조한 게 아닌가 싶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에서 대만 우스셴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에서 대만 우스셴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인과 대만인. 어쩌면 대만인들의 ‘두 가지 정체성’이 정면으로 부닥칠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이 강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강조해 왔다. ‘현상유지’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렇다 보니 대만 내부에서 ‘현상변경’ 요구가 거세질 때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단기적 현상유지’에 사실상 합의했다. 일말의 접점을 찾았다고 해서 양국의 ‘기본적 스탠스’가 달라진 건 아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우려하는 미국은 ‘대만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만인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독립을 택하면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대만 통일 의지를 숨기지 않는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의 관련 입장에 이를 가는 분위기다.

물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해마다 대만인들의 ‘독립 희망(현상변경)’ 의견은 줄어들고 ‘양안관계 유지(현상유지)’ 의견은 늘어나는 양상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 측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대만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가. 윤 정부에 이같이 묻는다면 어떻게 답변할까. 어쩌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출구전략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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