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인정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은 18건이나 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해례본)』이나 『조선왕조실록』이 여기 포함된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죠. 그뿐만 아니라 우리와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근현대의 여러 기록물도 기록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는데요.

그 가운데 ‘새마을운동’도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은 적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2013년 6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만들어진 편지·교재·정부 문서·연설문 등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국내의 지역 개발에 톡톡히 역할을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이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죠. 오늘 더농부에서는 세계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새마을운동’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마을 로고’가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마을운동

「2023 새마을 페스티벌」에 참여한 전 세계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경북도청

주로 수출이라고 하면 물건을 가져다 파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수출한다는 건 과연 무슨 뜻일까요? 바로 1970년대를 거쳐 경제 발전의 기반을 닦은 대한민국의 ‘성공 경험’, 그리고 그를 뒷받침한 활동·기술을 전수한다는 뜻이죠.

세계로 새마을운동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입니다. ‘UN 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사회위원회(UNESCAP)’가 2000년 개최한 제57차 총회에서 새마을운동을 채택했습니다. 개발도상국인 한국이 빈곤을 성공적으로 벗어나는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의 역할을 인정받은 것이죠. 다음 해인 2001년부터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에서 새마을 시범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청도가 있는 경상북도가 이 사업에 빠질 수는 없겠죠. 경상북도는 새마을운동의 ‘상징성’에 부응하기 위해,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마을운동 보급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류 공존과 번영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을 사업의 슬로건으로 내세웠죠.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룽반마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와 자매결연을 하는 것으로 소소한 시작을 알렸는데요.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조성된 새마을 시범마을은 아시아·아프리카 16개국, 총 77개에 이릅니다.

지난 10월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대표단이 경북도청을 방문해 경제·문화관광·인적자원 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경북도청

첫 시작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타이응우옌성’은 당시 쌀, 찻잎 생산에 주력하는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로나 수로 같은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죠. 그러다 경북도로부터 새마을운동의 취지·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새마을시범마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북도는 먼저 9천만 원가량을 들여 동사무소와 주민센터를 겸하는 ‘새마을회관’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을 도로포장, 농수로 설치, 전기시설 교체 등 인프라 확충에 힘썼죠.

베트남 정부는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신농촌개발사업’도 추진하면서 시너지 효과 창출에 힘썼죠. 새마을운동의 ‘현지화’ 버전인 신농촌개발사업으로 보건환경 개선, 유치원 설치, 차 재배농법·가공 기술 이식 등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빈곤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값진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죠.

이처럼 수출되는 새마을운동도 국내에서 진행된 새마을운동과 엇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먼저 한국의 관계 부처·민간단체가 협업해 기반 시설을 짓습니다. 또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도 진행하죠. 현지 주민들은 투자와 교육을 바탕으로 삶의 터전을 직접 일구고, 다 함께 금액을 출자해 인프라 확충에 힘을 보태기도 하죠. 당사자들의 자립을 돕는 새마을운동의 취지에 걸맞은 일입니다.

다만 나라마다, 마을마다 경제 상황·인프라 수준·주력 사업이 조금씩 다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에서 해온 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려운 것이죠. 그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고, 베트남의 사례처럼 ‘현지화’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경북도는 약 17억 원의 MOU 체결을 통해 중아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경북도청

베트남 이외에도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대륙은 어떨까요? 가장 최근에 새마을운동의 대열에 참여한 국가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이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있는 것처럼, 중앙아프리카 지역에는 중아공이 있는 것이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우라늄, 원유, 금, 다이아몬드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511.5달러, 빈곤율 80%를 기록할 만큼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2022년 5월, 이철우(좌) 경북도지사가 투아데라 포스텡 아샹제(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예방하는 모습. ⓒ경북도청

그 결과 지난 11월 8일, 경북도청이 중아공을 지원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총 17억 원의 자금이 중아공의 부흥을 위해 투입되는데요. 새마을재단, 그리고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아진산업이 사업에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아진산업은 지난 2017년부터 중아공 차량·생필품을 지원한 바 있어, 이번 사업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2022년 5월에는 포스탱 아르캉주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은 직접 경북도청을 방문할 정도였습니다. ‘새마을운동의 비법을 전수해달라’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죠. 중아공은 앞선 베트남과 비슷하게, 10월부터 중아공판 새마을운동인 ‘꽈 티 코드로(Kwa Ti Kodro)’을 추진해 왔습니다. 주민의식 개선 및 환경개선 운동이 꽈 티 코드로의 골자인데요. 여기에 경북도가 지원하는 새마을운동을 병행한다면? 중아공이 설정한 목표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다를 수 있겠죠.

지난 6월, 정황근(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니 코나크리시의 국무총리실에서 베르나르 구무(오른쪽) 총리와 면담하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현재 국경을 넘나들며 개도국들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한 새마을운동. 새마을 시범마을의 성과들은 한국 정부가 다른 사업을 펼칠 때도 도움을 줬습니다. 정황근 장관이 ‘K-라이스벨트 사업’ 홍보를 위해 아프리카 정상들을 예방할 때마다, 새마을운동이 빠지지 않고 언급됐죠.

K-라이스벨트는 벼 품종 보급·농업기술 전수를 통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쌀 생산력을 증진하는 사업인데요. 이미 한국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벼 품종 보급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그 운동은 시범마을의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10개국이 K-라이스벨트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데에는, 새마을운동이라는 ‘선배’ 덕도 있는 것이죠.

새마을 시범 마을의 성공이 다른 성공을 불러오고, K-라이스벨트라는 또 다른 사업으로 발전된 지금. 새마을운동은 여러 차례 검증을 마친 ‘인도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기 충분합니다. 새마을운동에 뿌리를 둔, 새로운 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앞으로도 개발되지 않을까요? 진화하는 새마을운동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더농부 인턴 유승재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일보, <경북이 지구촌에 뿌린 ‘새마을운동’, 빈곤국과 개도국을 바꾼다>

한국일보, <“새마을운동, 국격 높이고 존경받는 국가 만드는 대표 원조모델”>

매일신문, <[경북도 글로벌 브랜드 새마을운동] <1>세계가 주목하는 새마을운동 세계화>

매일신문, <[새마을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10>베트남 타이응우옌성>

경북일보, <베트남 오지에 새마을시범마을 조성>

문화일보, <경북 ‘새마을세계화사업’은… 저개발국가 11곳 대상 맞춤형 시범마을 조성>

서울신문, <정황근 장관, 기니 총리 만나 ‘K라이스벨트’ 제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새마을운동 기록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

경북도청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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