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민주당 탄핵 추진보다 김의장 중립 없는 국회 운영에 더욱 분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회폭거 대응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도 정말 분노스러운 일이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립을 지키지 않는 국회운영에 대해 저는 더 분노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 모두발언으로 “민주당이 오늘, 내일 의사일정 합의없이 국회의장과 짬짜미가 되서 본회의를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자의적인 법해석을 하고 있고, 실수를 반복해가며 탄핵이라는 엄중하고 무거운 의회의 권한을 가벼운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역사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 당은 민주당의 상습적 탄핵 남발을 엄중한 국민의 입장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 개의를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당은 당초 12월 2일 법정 예산 처리 기한에 맞춰 이날과 12월 1일을 예산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으로 잡아둔 상태다. 하지만 예산안은 통과까진 아직 요원한 상태다. 소소위에서 예산안 막판 조율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예비적으로 이틀 중 하루를 (예산안) 처리 상황을 봐가며 하자고 합의했던 것이다. 매년 그렇게 해왔고 예산 합의가 안 되면 예산처리상황을 봐가며 다시 본회의 일정을 양당 간 협의해서 잡았다”며 “이렇게 해온 게 75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그걸 합의된 의사 일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악의적으로 탄핵에 활용하려 한다. 여기에 동조하는 국회의장이나 민주당이나 과연 국민은 안중에 있는 것인지, 의회 정치의 오랜 관행이나 국회법 취지는 생각을 하는 건지 정말 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해서도 “탄핵이란 잘못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적으로 엄청난 후폭풍과 여러 후유증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일반 법안 발의하듯 탄핵을 발의한다. 결과가 잘못되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일언반구 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국회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국민들 볼 면복도 없고 우리 국회가 어느 지경까지 나락에 빠질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송의주 기자

윤 원내대표는 최근 수차례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의에 참석하며 김 의장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설득해왔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의 마음이 완고한데다 김 의장까지 여기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께서 75년간 지켜온 국회의 관행을 왜 굳이 이 시점에 깨뜨리려고 하는지 수차례에 걸쳐서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윤 원내대표는 평소 침착한 분위기와 달리 강하고 격앙된 표현과 어조로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김진표 의장의 편향적 국회 운영을 언급할 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이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비상 중진회의’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윤 원내대표는 “한결같이 묵과할 수 없는 의회폭거이기 때문에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주셨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다음달 1일까지 국회에 대기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