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시절 민병헌 ⓒ 스포티비뉴스DB
▲ 롯데 자이언츠 시절 민병헌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야구를 잊을 수는 없죠.”

2021년 9월,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37)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해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재활과 함께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은퇴를 선언했을 당시 민병헌은 34살, 배트와 글러브를 내려놓기는 이른 나이였다. 평생을 함께한 야구와 이별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조금 일찍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선수 생활에 미련이나 후회는 없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4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13년부터 주전 우익수로 도약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원에 계약해 대박을 터트렸다. 프로 15년 통산 성적은 1438경기, 타율 0.295(4285타수 1266안타), 99홈런, 187도루, 578타점, 751득점이다. 

국가대표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처음 부름을 받아 20타수 10안타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이 초대 우승팀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9년 프리미어12까지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리그 최정상급 우익수의 자리를 지켰다.  

민병헌은 찬란했던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며 “내 좌우명이 ‘후회하지 말자’다. 그때 조금 더 연습을 했더라면, 그때 조금 더 잘했을 텐데 이런 생각할 필요가 아예 없게 지냈다. 손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을 했으니까. 야구 하는 동안에는 그냥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고 뒤돌아서면 그냥 시원하게 잊을 수 있게 만들었다”며 유니폼을 보면 아쉽고 그립지는 않다고 했다. 

은퇴하고 2년이 조금 더 흐른 지금. 민병헌은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8월 서귀포시에 터를 잡고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한 일을 하나둘 시작했다. 서귀포 야구협회 홍보대사를 맡고, 프로야구단이 없는 제주에서도 야구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힘쓰고자 한다. 

▲ 두산 베어스 시절 민병헌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시절 민병헌 ⓒ 곽혜미 기자

▲ 국가대표 외야수로 활약한 민병헌(오른쪽 끝) ⓒ 곽혜미 기자
▲ 국가대표 외야수로 활약한 민병헌(오른쪽 끝) ⓒ 곽혜미 기자

▲ 국가대표 시절 민병헌 ⓒ 스포티비뉴스DB
▲ 국가대표 시절 민병헌 ⓒ 스포티비뉴스DB

민병헌은 “선수 생활에 후회가 없다고 해서 야구를 잊은 것은 아니다. 솔직히 야구를 하고 싶은데, 건강상 안 되는 거니까. 야구를 잊을 수는 없다. 내가 평생 해야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야구와 관련된 일을 찾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주도가 스포츠 메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축구, 승마, 수영, 펜싱 이런 종목들과 비교해 야구는 저변이 조금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이며 저변 확대를 위한 고민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민병헌은 오는 14일 강창학공원야구장에서 ‘2024년 제1회 민병헌 야구캠프’를 진행한다. 본격적으로 야구 꿈나무들과 만나 무료로 재능 기부를 하려 한다. 서귀포베이스볼클럽과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최하고 신신호텔, 경희정도한방병원, 효성시티병원 등이 후원한다. 서귀포시 체육진흥과도 야구 저변 확대 취지에 공감해 도움을 줬다.  

유승안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도 민병헌이 야구캠프를 준비하는 동안 다방면으로 도움을 줬다. 유 회장은 민병헌이 경찰야구단에 복무할 당시 감독이었고, 아들 유원상과 민병헌이 중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기도 했다. 유 회장은 그런 민병헌이 리틀야구를 위해 노력하니 더 살뜰히 살펴줬다.

이번 캠프에는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 리틀야구팀과도 함께한다. 제주 지역 학생들까지 더하면 100여 명이 모일 예정이다. 

민병헌은 “일회성이 아니고 앞으로도 제주도 리틀 야구나 유소년 야구 활성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해보려 한다. 유승안 회장님께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 야구 스타일을 찾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 롯데 자이언츠 시절 민병헌 ⓒ 곽혜미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시절 민병헌 ⓒ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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