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달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오는 11일 채권단 회의에서 워크아웃 여부가 결정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 갈림길에 선 가운데, 기존 분양 사업장 중 공사를 멈추는 곳이 나오면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HUG로 옮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재무구조가 악화돼 정부로부터 증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은 사실상 혈세를 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시공을 맡은 분양 아파트는 전국에 총 22개 단지, 1만9871가구 규모다. 22개 사업장 중 14곳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어 문제가 생기면 보증으로 수분양자들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나머지 8곳도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하거나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분양보증에 가입된 14곳은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진행하거나 필요한 경우 HUG가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남은 공사를 이어가 입주까지 책임질 수 있다. 다만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 보증을 통해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도 있다.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 환급 절차 이행이 가능하다.

HUG는 ▷시행사가 부도·파산한 경우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보다 25%포인트(p) 이상 차이날 경우 ▷실행공정률 75%이상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공사 지연될 경우 ▷시공자가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 4가지 상황을 분양보증사고로 규정한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연합]

공사 중단에 따라 환급 이행으로 흐를 시, HUG는 해당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HUG의 재정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최근 고금리·고물가에 수 년 전 기존 시공사와의 특정 조건에 맞춰진 사업장을 현재 시점에서 참여하려는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HUG가 분양대금을 돌려준 이후 다시 공매에 나서고, 자금 회수까지의 시차도 상당하다. 실제로 올해 HUG가 공매로 내놓은 ▷제주 조천 레이크샤이어(2020년 보증사고) ▷대구광역시 북구 복현동 416-2(2020년 보증사고) 등은 보증사고 처리 사업장으로 분류된지 수년이 훌쩍 흐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뜩이나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보증금을 대신 갚아 재무여력이 크게 악화된 HUG의 재정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HUG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 주는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며 지난해 4조9000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HUG는 지난 2021~2022년 한 건도 없었던 분양보증사고 사업장이 지난해 12곳으로 급증, 보증 금액만 벌써 8500억원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LH가 시행하는 사업장 6곳은 분양 이행을 통해 분양계약자 입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이어가지 못하면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신탁사나 지역주택조합보증이 시행하는 사업장 2곳은 이해 관계자 간 공사 계속 여부, 시공사 교체 여부 등을 통해 협의하게 된다. 정부는 해당 사업장도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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