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 ‘하위 20%’ 6명…모두 ‘비명계’

정체불명 여론조사·현역 평가 기준 항의

李, 최고위·본회의 참석해놓고 의총 불참

김부겸·정세균 등 원로 “사천 논란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49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내 공천 과정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하위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현역 의원만 여섯 명인데, 모두 비명·친문계로 분류된 인사들이라서다.

사실상 ‘특정인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힘을 얻는 가운데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현역 평가 기준과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대한 진상 파악, 이재명 대표의 의총장 불참 등을 문제 삼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하위 10~20%를 통보 받았다고 밝힌 현역 의원들이 모두 비명계라는 점에서 ‘공천학살’ 논란 가운데 열린 의총이다.

특히 당내 혼란상에 전날 페이스북에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리라.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향후 ‘의도적 회피’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의총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에 의하면 불참 사유에 대한 별도 공지도 없었다고 한다. 의총 중간에 회의장을 빠져 나온 윤영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불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오늘 (이 대표에게) 할 말이 많았는데 왜 안 나왔는지를 내가 말(문제 제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도 ‘이 대표 불참사유 관련해선 따로 설명이 없었느냐’를 묻자 “없었다”고 말했고,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도 “왜 불참했는지 모르겠다”며 “일정이 있었겠죠 뭐”라고 즉답을 피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왜 참석을 안 했는지 몰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의총에서 이 대표 불참에 대한 비판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발언한 의원들이 ‘지도부가 들었으면 좋겠는데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에 당내에선 ‘의도적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총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향한 항의가 거셀 게 뻔하니 일부러 회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불리하면 피하고 보는 사람 아니냐, 놀랍지도 않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 공천 잡음 속 한바탕 설전이 오간 의총 직후에도 비명계 현역 의원 두 명에 대한 공관위의 하위 통보 사실이 잇따랐다. 이들은 모두 이 대표 사당화를 지적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위 10%에 포함된 사실을 알린 뒤 “이번 공천은 이 대표가 완전히 민주당을 ‘순도 100% 이재명 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반대를 전부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이런 공천을 할 수 없다”며 “이번 공천과 관련된 사람은 전부 사표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정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하위 10% 통보 사실을 알리면서 “치욕적인 상황에 내몰린 것을 한탄만 하지 않고, 부당한 낙인과 불리를 탓하지 않겠다. 30%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경선에 참여해 이겨야 한다”고 탈당엔 선을 그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불거진 ‘공천 파동’이 탈당을 비롯한 분열 양상으로 이어지자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원로들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천(私薦) 논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서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 대표의 ‘불공정 공천’ 문제에 논의했다고 한다. 당 원로들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이 탈당 등 분열 움직임으로 확전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정세균 전 총리도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9일부터 하위 10~20% 평가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를 진행 중이다. 하위 20% 이하에 속하면 사실상 공천을 받기 어렵다. 하위 10%의 경우 경선에 가더라도 깎이는 폭이 커 압도적 표차가 아니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4선 중진 김영주 국회부의장(하위 20%, 탈당 선언) △재선 박용진 의원(하위 10%, 경선) △초선 윤영찬 의원(하위 10%, 경선) △재선 송갑석 의원(하위 20%, 경선) △재선 김한정 의원(하위 10%, 경선) △초선 박영순 의원(하위 10%, 향후 결정) 등 여섯 명이 하위 평가를 통보 받았다. 이들은 모두 비명·친문계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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