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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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KBS PD협회 측이 제작본부장의 무리한 MC 교체 통보에 의문을 표했다.

KBS PD협회는 1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시사·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 문제를 두고 벌어진 이슈에 대해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조애진 수석부위원장은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참으며 “밖에서는 KBS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시사교양국의 CP 팀장들은 매일같이 말도 안 되는 지시로 고통받고 있고, 평 PD들은 중간 간부들이 마지못해 전하는 지시에 따져 물어보기도, 거부를 하기도, 체념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이런 매일매일이 기사화되지 않을 뿐, 우린 프로그램과 제작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전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만 우리 에너지를 온전히 썼다면, 지금은 불합리한 지시와 탄압을 막는데 에너지를 나눠써야 한다는 게 통탄스럽다. 정말 화가 나는 건 이런 짓을 우리가 6~7년마다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는 그는 “KBS는 국민의 방송이라 하지 않냐. 그런데 국민의 방송에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다 같이 각자 2500원씩 내서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말고 사회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하라 숙제 받은 곳이 KBS다. 우리 다 이 공영방송, 다 엄청나게 공부하고 시험 봐서 입사한 곳인데, 왜 들어와서 다른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조 수석 부위원장은 다시금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프로그램 팔고 다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제작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제작 논리로 말씀하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하면서 “바로 그 민주적인 제작 방식 자체가 우리 공영방송 존재의 의의다. 나에게 출연자 최종 결정권이 있으니 나에게 위임 권한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는 말씀 하실 거면 유튜브로 가시길 바란다. 언론의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훈석 위원도 마이크를 잡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제작진이 직접 나와 상황을 설명드리는 게 맞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항명이다’ ‘명령 불복종이다’라며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내가 나와 이렇게 전하게 됐다. 외부에는 이번 주에 알려졌지만 제작진은 지난 3주 동안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려보려 노력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은 ‘누가, 무슨 이유로 조수빈 씨를 꽂았냐’이다. 누구의 청탁, 지시로 앉히려 했냐는 거다.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너무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KBS에서 PD 생활을 한 지 22년 차인데, 그간 각종 외압부터 MC 교체, 아이템 변경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무리수가 많다. 일단 보통 자리를 나눠줄 땐 특집 프로그램이나 코너로 가지, KBS 유명 대표 프로그램의 MC로는 앉히려 하지 않는다.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10년 동안 정치적 논란이 전혀 없었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다룬다면, 독재의 그늘을 다루면서도 경제 성장 부분을 함께 다루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400회까지 방송됐지만 정치적 이슈로 시비, 지적을 받은 적 없다. 이런 프로그램에 무리하게 MC를 지정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한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다”라는 기 의원은 “녹화 3일 전에 MC를 바꾸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껏 여러 외압을 받아봤지만 프로그램 MC를 교체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엔 말하고 제작진과 싸운다. 3일 전 교체는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냐. 그리고 이유가 없다. 유명 배우와 조수빈 씨의 차이는 다 아실 거라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잡혀있는 상황에서 지역 구의원 인터뷰로 바꾸라는 지시를 갑자기 받은 꼴이다. 그 이유는 그 의원이 능력이 있기 때문이고, 그걸 거부하면 항명이고 명령 불복종이라 하는 꼴이다. 지난 20년간 KBS를 다니며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아왔지만 늘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이유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PD가 조수빈 씨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고 있다. 팀장은 물론이고 CP, 시사 교양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국장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 정도로 무리하면 보통 지시를 철회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한 지시를 명령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또 현재 조수빈 씨가 출연을 거절한 상태다. 그럼 이제 녹화를 진행하면 되는데 특정 아나운서가 출연을 거절했다고 현재 프로그램은 폐지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속 의문이 든다. 그 배후를 밝히려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1 ‘역사저널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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