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종은 미련 없이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그의 뒤에 든든한 후계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안양 KGC 문성곤은 지난 3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수상했다.

문성곤은 2019-20시즌부터 2022-23시즌까지 무려 4시즌 연속 최우수 수비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KBL 역대 최초의 기록. 이미 지난 2021-22시즌 최초의 3연속 최우수 수비상 수상으로 역사를 쓴 그가 이번에도 최고의 자리에 섰다.

 양희종은 미련 없이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그의 뒤에 든든한 후계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KBL 제공
양희종은 미련 없이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그의 뒤에 든든한 후계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KBL 제공

대학 저학년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슈터로 평가받았던 문성곤. 그러나 고학년으로 올라서면서 슈팅 감각은 무뎌졌지만 대신 최고의 무기를 획득했다. 그건 바로 수비. 결국 대학 선수로서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을 정도로 그의 수비는 분명 예사롭지 않았다.

프로 데뷔 후에도 ‘슈터’ 문성곤보다는 ‘전문 수비수’ 문성곤의 가치가 더 높았다. 아픔만 가득했던 신인 시절을 뒤로 한 채 서서히 성장을 거듭한 그는 결국 대학에 이어 KBL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올라섰다.

문성곤의 플레이를 보면 문득 양희종이 떠오른다. 대학 시절까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던 그는 프로 데뷔 후 생존하기 위해 수비에 집중했고 결국 KBL을 넘어 국제대회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전문 수비수가 됐다. 여기에 클러치 상황만 되면 뛰어난 해결 능력을 발휘했다. 지금 설명한 모든 것을 지금의 문성곤에게 확인할 수 있다.

양희종은 은퇴 소식을 전한 직후 ‘포스트 양희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시지 않나(웃음). (문)성곤이는 앞으로 안양을 이끌어야 할 선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팬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문성곤이 있기에 양희종은 홀가분히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성곤은 양희종의 기대에 부응, 4시즌 연속 최우수 수비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흐뭇하게 만들었다.

한편 문성곤은 또 다른 대기록에 도전한다. 올 시즌 역시 수비 5걸에 선정, 4시즌 연속 이름을 올렸다. 2023-24시즌에도 수비 5걸에 선정될 경우 양희종이 보유하고 있는 5시즌 연속 수비 5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제 전성기 시점에 발을 디딘 문성곤이다. 현재 KBL에서 그보다 더 타이트하고 압박감 넘치는 수비를 펼치는 수비수는 몇 없다. 부상 없이 다음 시즌, 그리고 다음 시즌을 잘 치른다면 양희종을 넘어 또 한 번 수비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다.

과연 문성곤은 ‘포스트 양희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최고의 수비를 긴 시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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