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경과 악화하며 나흘만에 심정지

심정지 후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감염

한 달여간 연명 치료하다 사망 판정

A군 사망 당시 상태를 알려주는 화면
A군 사망 당시 상태를 알려주는 화면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자타 공인 국내 최고로 꼽히는 병원에서 수술을 잘했다던 환자가 어느 곳보다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해 유족들이 통곡하고 있다.

병원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망자의 시신을 10개월째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2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18)은 작년 12월 20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비후성 심근증 수술을 받고 나흘 뒤 심정지가 왔으며 다시 이틀 뒤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에 걸려 한달가량 연명 치료를 받다 올해 1월26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내부 근육이 비대해져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증상이어서 외과적 수술로 가슴을 열고 내시경을 이용해 비대해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게 된다.

병원이 발급한 진단서를 보면 A군의 직접 사망원인은 호흡부전에 의한 심정지이고 이의 원인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렴 악화이며, 제3 원인은 심장 수술 후 상태였다. 심장 수술 후 상태가 원인이 돼서 코로나19에 걸리고 결국 호흡과 심장이 멎었다는 설명이다.

A군은 앞서 2020년 5월 우연히 열 검사를 하다가 심장 계통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작년 2월 20일 의사로부터 심장 수술을 권유받았다. 당시 의사는 당장 급하지 않고 어려운 수술도 아니라고 말해 A군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작년 12월 19일 입원했다고 한다.

A군의 사망 진단서
A군의 사망 진단서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병원의 전화 면담, 의무 기록 등 여러 자료를 볼 때 “수술이 잘 됐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A군의 수술 직후 상태는 좋지 못했다. 먼저 4~5시간 정도 예정됐던 수술 시간은 13시간으로 길어졌고 A군은 수술 하루 뒤 “너무 힘들다. 죽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A군의 어머니 B씨가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 원인을 묻자 의사는 설명을 회피했으며 올해 1월에서야 수술이 두차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알렸다고 한다. A군은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면서 간 수치가 나빠지는 등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졌고 심정지가 오기 직전에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몸 전체에 정상적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A군은 심정지 발견 후 즉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지만 바로 회복되지 못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달기까지 30분가량 심정지 상태가 지속됐다. 심정지는 뇌와 여러 장기에 혈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뇌 손상과 뇌사에 이어 결국 사망에 이르는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B씨는 “의사가 쉬운 수술이라고 말한 비후성 심근증 수술을 받은 아들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사망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에 걸리게 하는 등 수술 병동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예방하지 못했다”며 병원과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를 주장했다.

그는 “아들은 수술 전 다른 질환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은 아들의 심정지와 코로나19 감염 등 후에도 정확한 몸 상태를 알려주지 않았다. 올해 1월 10일 신부님의 병자성사를 할 때 간호사로부터 아들이 반 임종 상태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A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알리는 병원 문자
A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알리는 병원 문자

[제보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아산병원은 이에 대해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인의 질병이 위중하고 모든 치료 과정에 관해 설명해 드리고 동의를 받았음에도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로 유가족들의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한) 환자는 급사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수술 후 여러 검사 결과 목적을 달성했음을 확인했고 경과도 양호해 일반병실로 옮겼다. 하지만 환자가 호흡곤란을 보이고 저심박출이 의심돼 다시 중환자실로 이동시켜 집중 치료를 진행, 상태가 호전됐다”며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병원은 또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빨리 시작됐는지가 중요하며 에크모 착용 전까지 심정지가 지속돼 뇌 손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틀린 주장이다. 보호자에게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태가 올 수 있음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담당 의사와 B씨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과 다르다. 당시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의사는 환자의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뇌 손상이 우려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병원은 A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과 관련해서는 “중환자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A군이 입원해 있던 병실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A군에게 유의미한 코로나19 노출은 없었다”면서 “모든 수술과 치료 절차는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사망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아심장외과 의사에게 쉬운 심장 수술은 없으며 수술 동의서 작성 시에도 뇌사 내지 사망할 가능성, 수술 후 심박출량 저하 등 심폐기 사용에 따른 위험성과 심근 손상 가능성 등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안타깝지만 사망의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가 아님을 해명하는 병원
의료사고가 아님을 해명하는 병원

[아산병원. 재판매 및 DB 금지]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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