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불똥이 ‘기생충’까지 튀었다. 배우 이선균이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출연한 작품이 애먼 피해를 보게 됐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 28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봉준호 감독 특별전’ 재개봉(재상영) 라인업에서 영화 ‘기생충’이 제외된 사실이 30일 파악됐다.

봉 감독 영화인 ‘설국열차’ 개봉 10주년을 맞아 특별전 이벤트를 마련한 롯데시네마 측은 당초 ‘살인의 추억’, ‘기생충’ 재상영 계획을 공지했으나, 최근 ‘기생충’을 이 목록에서 조용히 지웠다.

롯데시네마 기획전 이벤트 관련 게시물. 영화 ‘설국열차’ 개봉 10주년 기념 차 마련된 봉준호 특별전에 따라 영화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기생충’이 재상영된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왼쪽)와 이후 수정된 포스터(오른쪽). ‘기생충’이 빠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롯데시네마

앞서 롯데시네마 측은 ‘봉준호 특별전’을 기획, 전국의 일부 극장에서 봉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세 편을 재상영하기로 했다.

먼저 봉 감독의 첫 영어 영화이자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은 ‘설국열차’는 다음 달 1일, 봉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영화 ‘살인의 추억’은 다음 달 8일 극장에서 상영되고, 국내외 영화제에 나가 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기생충’도 다음 달 8일 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다.

롯데시네마 공식 홈페이지 내 ‘상영 예정작’ 안내 페이지를 보면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재개봉(재상영) 일정만 나와 있다. / 롯데시네마

그러나 30일 오전 11시 기준 롯데시네마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상영예정작’ 목록을 보면 세 작품 중 ‘기생충’만 빠져 있다.

재상영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롯데시네마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따로 내놓진 않았다. 다만 ‘기생충’의 주연 배우인 이선균이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 탓에 재상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2020년 진행된 영화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봉 감독의 모습 / 뉴스1

이번 기획전을 통해 봉 감독의 명작을 다시 극장에서 만날 거로 기대했던 관객들은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한 배우 개인의 문제가 영화를 만들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벌어지자, 영화 팬들은 “진짜 민폐다”, “봉준호 특별전에 ‘기생충’이 빠진다고?”, “너무 아깝다…”, “말도 안 돼…”,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더 안타깝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역시 “이번 사태는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전 세계에 자랑이 된 작품 ‘기생충’에 큰 오점을 남겼다”란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근에 큰 논란이 된 ‘한류스타의 마약 사태’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는 한 외신 기자와 커피 한잔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수많은 외신이 (이와 관련된) 기사를 이미 쏟아 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 스타 이선균이 마약 투약 의혹 경찰 조사로 새 프로젝트인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고, 버라이어티 역시 “오스카상을 받은 ‘기생충’의 주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이라며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이 사태는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전 세계에 자랑이 된 작품인 ‘기생충’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며 “특히 K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 시기에,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K콘텐츠의 이미지만 실추시키는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향후 K콘텐츠의 전 세계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한류스타의 기본적인 ‘도덕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큰 교훈을 이번 사태로 꼭 인지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류 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는 배우 이선균 사진은 지난 5월 칸 국제 영화제 참석 당시 모습 / 뉴스1

한편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서울 강남의 한 멤버십(회원제)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선균이 마약류를 투약한 정황을 포착,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지난 28일 오후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한 이선균은 “먼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며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가량 진행된 첫 소환조사에서 이선균은 마약 투약과 관련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변을 채취,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선균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긴급 정밀 분석을 의뢰하고 휴대전화 1대를 압수해 통화내역 등 기록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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