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남권에선 “희생 필요”…영남권 중진들 “납득 안가” 불만 기류

김기현 대표 면담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기현 대표 면담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2023.10.23 [공동취재]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차지연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 스타급’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서는 ‘제2, 제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후 추가 움직임이 없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던 중진 험지 출마론은 인 위원장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 위원장은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인 위원장의 주장은 당내 비영남권 인사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다. 이들은 영남권 중진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수도권·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영남권 지역구 의원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남권 일부에서나 반발하지, 나머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남권 중진이 다른 지역에 나가 석패하더라도 그게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것이 희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부산·경남(PK)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 정책 기조 등에 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데 불쑥 영남 중진 물갈이론을 꺼내니 별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누구를 어디에 보낼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려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인 위원장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더라도 의욕에 차서 그렇다고 생각해야 한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남 중진들이 올라올 경우 공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수도권 원외 인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하태경 의원이 이날 의원회관에서 연 원외 위원장 간담회에서 김용남 전 의원은 “수도 서울을 험지로 인식하는 지금 국민의힘의 ‘영남당’ 한계는 반드시 깨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희생해야 할 사람들은 솔선수범해서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규택 경기 수원을 당협위원장은 “영남 다선 의원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자기 돈 써가며 당을 지켜온 사람들인데 당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것처럼 싸잡아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3.10.30 uwg806@yna.co.kr

인 위원장의 구상이 선거 승리로 이어지려면, 수도권 등 험지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한 인사를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제가 대구에서 ‘비만 고양이’라고 지칭한 의원들은, ‘모르면 간첩’이 아니라 ‘알면 간첩’이다. 특수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며 영남권 중진의 수도권 당선 가능성을 ‘제로(0)’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울산 4선 김기현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인 위원장의 언급 이전에도 김 대표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왔었다.

최근에는 김 대표에게 ‘수도권 출마 결단을 내려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리더라도 시기상 지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당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최후의 카드’로 총선 전 가장 절묘한 시기에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총선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기에 마지막 순간에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지는 김 대표의 고독한 결단”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등 떠밀 듯하면 대표 권위도 서지 않고 감동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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