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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31일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설을 시작하며 통상 여야 순으로 대표 이름을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깨고 이 대표를 먼저 언급했고, 연설이 끝난 후에도 우선 야당 의원들 자리를 찾아 악수를 청하는 등 야권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다양한 민생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이 야권에 먼저 다가가며 국정 운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고 하며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깼다. 윤 대통령은 이후 원내대표를 호명할 때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고 하며 민주당을 먼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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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작년 10월 시정연설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대표를 비롯한 야권 전방위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없었다. 이날 연설에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사전환담 자리에서도 이 대표에게 유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날 환담은 현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사실상 처음 소통할 수 있는 자리여서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2분께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접견실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 대표에게는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악수했다.
이 대표는 미소를 지었고 특별히 답변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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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환담 모두발언에서 “자리를 만들어준 의장님께 감사하다”며 “여야, 정부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저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국회가 요청하는 자료를 충실하게 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비공개 환담에서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연설 이후 회의장을 떠날 때에도 야당 의원들에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입장할 때는 먼저 맨 뒷줄에 있던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순서로 악수했다. 연단으로 이동하면서도 윤 대통령은 통로 쪽 의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 위주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 입장과 함께 일어서서 박수를 치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고 앉아만 있던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건네자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일어나 악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중에도 연설이 끝난 후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후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 자리로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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