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오늘 이사회…’화물사업 매각’ 결론

죽을 고비 아시아나항공 내 것 포기해야 살아

사즉생의 결단 내리길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 돼 있다. ⓒ데일리안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 돼 있다. ⓒ데일리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분수령이란 평가를 받는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가 오늘(2일) 재개된다.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7시간30분 동안 논의를 벌였으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사외이사들이 화물사업부 매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EC)는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에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주요 여객·화물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의 안건 통과가 필요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일단 EC에 양해를 구하고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 매각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안 제출 시한을 2~3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대한항공은 10월 31일(현지 시각)까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으로선 애간장이 탈 노릇이다. 그런데 화물사업부 매각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일부 이사들이 이에 대한 명분으로 ‘배임죄’를 꼽았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캐시카우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으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배임죄(제355조 제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돌아가도록 해 회사 등에 손해를 끼칠 때 성립한다. 하지만 기업이 경영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생존하기 위함이다. 기업에 생존과 존립에 관한 문제보다 더 큰 손해는 있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더 큰’ 배임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하루가 급한데 독자 생존 및 제3자 매각을 운운하는 것도 매우 한가롭게 들린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별도 기준 12조515억원에 달하는 부채 탓에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60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규모 이자 비용에 따른 손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전망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당시 물류대란에 따른 항공화물 특수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장기 긴축에 따른 고금리·고환율,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가 선뜻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실제 전날 아시아나항공과의 접촉설이 돈 금호석유화학은 장중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며 11만33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금호석유 주주들조차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악재로 본 것이다. 즉, 인수기업까지 동반 부실에 빠질 경우를 우려한 셈이다. 이게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아시아나항공의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시아나항공엔 이미 3조원대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등이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다. 따라서 합병이 불발되면 대출 연장도 불투명해 아시아나항공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아시아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사실 경영자 관점에서 캐시카우를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돈 되는 사업을 선뜻 내놓으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배에 구멍이 뚫리고 가라앉고 있다면 아무리 비싸고 아까운 금덩이라도 다 같이 살기 위해 버려야 한다. 늑장을 부릴수록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 대법원 판례도 회사 경영진의 경영상 판단이나 공직자의 정책적 판단에 있어 사익 추구가 개입되지 않으면 배임죄 인정이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즉생(死則生)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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