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3차 해양 방류를 2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정작 오염수의 원인인 ‘핵연료 잔해(데브리)’ 제거 작업은 3차 연기에 들어갔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의 최종 목표인 원전 폐로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도쿄전력은 이날 기상 상황 등에 별문제가 없으면 오전 10시 30분께 오염수 이송 펌프를 가동, 3차 해양 방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3차 방류도 지난 1, 2차와 마찬가지로 17일간에 걸쳐 약 7800t의 오염수를 방류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그러나 정작 오염수 방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원전 폐로와 관련한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 데브리 제거 계획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고 보도했다. 원자로로 통하는 덮개 안쪽이 퇴적물로 막혀 있어, 격납 용기 내부 데브리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데브리는 원자로에서 녹은 핵연료가 주위의 금속이나 콘크리트와 일체화된 물질로,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작업자가 접근할 수 없다. 원격 조작으로 이를 꺼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당초 데브리 제거 작업을 2021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장치 개발 지연 등으로 두 차례나 연기했다. 이에 올해 말부터 데브리 추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원자로가 막혀 격납용기까지 기계가 도달하지 못해 사실상 이를 또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니케이는 “폐로로 가는 길도 이렇게 초기 단계에서부터 막히면 점점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6일 도쿄전력 작업원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데브리를 꺼내기 위해 원격 조작 로봇을 사용해 원자로 뚜껑을 열었으나, 안쪽에 전기 케이블이 녹은 잔해 등 퇴적물이 막혀있어 아예 원자로 내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도쿄전력은 원래 원자로 내부로 통하는 직경 55cm의 구멍에 로봇 팔을 찔러넣고, 금속 브러쉬로 데브리를 조금씩 깎아 나갈 계획이었다. 로봇 팔은 길이 22m의 고강도 스테인리스로 영국 기업이 개발했다. 방사능을 누적 100만Sv를 맞아도 고장 나지 않게 설계했으나, 정작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 뚜껑을 여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작업을 시작한 4월 1개월 만에 열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정작 10월에 작업이 끝났다. 볼트를 푸는 작업에서 난항을 겪었는데, 이 때문에 당시에도 “뚜껑 내부가 이미 막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도쿄전력은 어떻게든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 좁은 틈에서도 내부에 넣을 수 있는 낚싯대와 같은 얇고 가는 기구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이 방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또 받아야 한다. 결국 올해 안 작업 개시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1~3호기 건물 내 총 880t의 데브리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것을 제거해야 진정한 의미의 폐로가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빗물 등이 데브리에 닿으면서 계속해서 오염수를 생성하기 때문에, 데브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오염수 방류도 언제까지고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니케이는 “일본 정부는 30년 뒤 폐로 완료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이는 일반 원전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 번에 꺼낼 수 있는 것은 귀이개 한 번에 해당하는 몇 그램 정도”라며 “데브리 꺼내기는 빨라야 50년, 길게는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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