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중인 간호학과 학생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최근 한 고교생이 내신 시험 서술형 문제에서 ‘많이’ 대신 ‘촘촘하게’라고 답을 썼다가 0점 처리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에는 대학 간호학과 재학생이 ‘폐경’을 ‘완경’으로 쓴 리포트를 제출했다가 F 학점을 받을 처지라 졸업을 못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부정적 어감이 실린 폐경은 성차별적 용어라 완경으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 대학 간호학과에서 특정 과목 조별 과제의 조장을 맡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조원 B씨와의 카카오톡 실랑이 내용을 공개하며 누리꾼들의 판단을 구했다.

이하 간호학과 조별 과제에서 조원이 조장과 보낸 카톡 내용. / 개드립

이에 따르면 B씨가 지난 9월 말 A씨에게 항의 카톡을 날린 게 시비의 발단이었다. 당시 B씨는 “보내달라는 (조별 과제) 자료 다 보냈는데 왜 다시 하라고 하는 거냐”며 설명을 요구했다.

‘팀 프로젝트’라고도 불리는 조별 과제는 대학교 학부 등에서 2명 이상의 학생이 조를 짜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주로 나이나 학번이 빠른 학생에게 조장을 시킨다.

두 사람 간 언쟁의 핵심은 이렇다. 병리학 수업 조별 과제에서 조원인 B씨가 조장인 A씨에 제출한 보고서에 폐경을 완경이라고 써낸 것. B씨의 자료 출처는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병원 건강백과 같은 오픈 백과사전이었다.

조장이 조원에게 전달한 교수의 통보 내용. / 개드립

A씨는 보고서 재제출을 요구했고 B씨가 거부하자 A씨는 담당 교수에게 보고했다. 교수는 A씨 편을 들어 입장을 정리했다.

교수는 “보고서는 공식적인 의학 용어로 작성돼야 하는데 완경은 의학 용어가 아니다”며 “보고서는 학술지, 논문, 간행물, 전문 서적 등이 참고 문헌이 돼야하며 블로그나 병원 건강백과, 위키피디아 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A씨가 교수의 결론을 B씨에게 통보하자, 둘은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B씨는 “우리끼리 나눈 사적 대화 내용을 왜 교수님께 보여드렸냐”며 “카톡 내용을 교수님께 유출한 건 개인정보 위반으로 법적 조치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그러시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분한 B씨가 욕설 문자를 보낸 사실이 교수 귀에 들어가자 교수는 B씨를 따로 불러 면담한 뒤 “상황 수습 안 하면 F 학점 날리겠다”고 을렀다.

다급해진 B씨는 결국 고집을 꺾었다.

그는 A씨에 카톡을 보내 “용서해달라. 교수님께 화해했다고 말씀드려달라”고 간청하면서 “병리학까지 날리면(F 학점 받으면) 졸업 못하니 한 번만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이에 A씨는 “간호학과 게시판에 자필 사과문을 1주일 동안 게시하든지, 나이팅게일 선서식 리허설 때 전교생과 교수님들 앞에서 연단에 올라 마이크로 공개 사과하라”고 통첩한 상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frica Studio-shutterstock.com

그간 여성 의학계를 중심으로성차별적 의미가 담겼거나 여성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주는 폐경, 처녀막, 자궁 등의 단어 사용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폐경을 대체할 단어로 제시된 것이 ‘월경이 완성됐다’는 의미의 완경이다.

한편 최근 전교 1등 학생이 내신 시험 과학 서술형 문제에서 ‘많이’ 대신 ‘촘촘하게’라고 답안을 썼다가 0점 처리당한 사실이 전해져 지나치게 완고한 학교 측의 갑질이냐, 아니면 정당한 채점이냐는 주장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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