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부터 내년 6월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매도 금지령이 ‘총선’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인해 증시 부양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공매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거래 형태”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증시를) 주요 글로벌 지수로 업그레이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는데,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다며 ‘공매도 철폐’를 주장해왔다.

스마트카르마 홀딩스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공매도 금지로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공매도가 터무니없이 높은 평가가치에 더이상 제동을 걸지 못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에서 큰 거품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시장 분류상 현재 신흥국 지수에 편입돼 있다. 금융당국은 2008년부터 선진국 지수로 편입을 노렸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며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 편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월에도 편입 기회가 있었으나, MSCI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자본시장과 제한적인 공매도를 이유로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 외신은 “한국이 ‘공평한 경쟁의 장’을 위해 공매도 금지를 부활시켰다”면서도 과거 “관료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에) 영향력이 큰 MSCI 선진국 지수에 한국이 편입되기 위한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해소)을 꼽았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에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했던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부채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였다. 세 차례 모두 경제위기였거나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위기가 아닌데도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면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응해 정부에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촉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연금 시스템 개편, 시장 독점 예방을 포함한 개혁 작업을 수행해왔고, 지지율은 지난해 하락세에서 최근 몇달간 34%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 정도로 알려졌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4분의 1인 필리핀의 경우 우리가 공매도를 금지한 이날부터 주식 52개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1개에 대한 공매도를 사상 처음으로 허용한다. 필리핀 금융당국은 1996년 필리핀 증권거래소가 공매도 허용을 처음 제안한 지 27년 만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레이몬 몬존 필리핀 증권거래소 사장은 “공매도나 지수 선물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오직 매수만 가능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만약 경제, 정치, 신흥시장에 불확실성이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모두 매도할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를 허용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시장에 머물면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부활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주가를 적정가치로 조정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사라지는 반면, 주가 부양 기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은 한국거래소를 인용해 1조7000억달러(약 2230조원) 규모의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은 코스피 시장가치의 0.6%, 코스닥의 1.6%로 “작은 비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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