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원래 관(官)의 개입이 큰 영역이다. 강력한 허가제로 운영하며 촘촘하게 사업 영역을 규정하고 건전성을 감시한다. 대주주에 대한 자격 요건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엄격하다. 국민의 돈을 담고 있는 곳간인 만큼 당연한 처사다. 또한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라고 불린다. 예산, 세제와 함께 정부의 주요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관치금융’이 비판을 받아도 사라질 수는 없는 이유다.

최근의 ‘정치금융’은 다르다. 관의 빡빡한 관리와 개입을 결정한 판단이 정치적 시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고금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제는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영끌족’에게도 무리한 빚을 낸 투자에 대한 손실은 직접 감당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들어 40조원 넘게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며 ‘빚투’를 부추겼다. 집값이 떨어지면 지지율에 문제가 생긴다는 정무적 판단이 섞였기 때문이다.

요즘 쏟아지는 금융 정책들도 ‘정치’가 섞였다는 의심을 멈출 수 없다. 게다가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들어 연달아 은행권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일에도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이 독과점 구조에서 ‘갑질’을 한다고 지적했다.

불과 이틀 만에 은행이 반응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1000억원 규모 서민지원책을 내놓았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보험사, 카드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위기 때 대출을 받으며 버텼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지원 등의 대책이 당장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아니라 ‘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것이다.

전날 발표된 공매도 금지는 ‘정치금융’의 정점이다. 시장 충격 상황에서나 나오는 공매도 금지 카드를 금융위기가 아님에도 들고나온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그간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공매도를 금지한다면 국내 증시 경쟁력과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힌 것과도 정반대 행보다. 마침 공매도 금지 기간도 내년 6월까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정부와 여권의 압박에 금융당국이 기존 논리를 접은 셈이다. 앞뒤가 안 맞는 금융,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할 때 우리는 ‘정치금융’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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