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이준석…’인종차별’ 논란까지 자초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부산 남구 경성대에서 열린 ‘이언주&이준석 톡!톡! 콘서트’에 참석,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여권 안팎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환자’에 비유했는데, 이는 정치 금도를 넘은 행동이란 점에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상대로 ‘미스터 린튼’이라고 칭하며 영어로 말한 것도 인종차별에 가까운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이나 혁신위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는 점점 멀어지는 행보를 보여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당내 특정 계파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중도·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는 조 의원마저 이 전 대표를 비토한 셈이다.

조 의원은 특히 ‘환자’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이 전 대표 본인부터가 자가 진단을 하고 자기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며 “극단적인 사고나 언행을 계속하면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환자 발언은) 양두구육보다 2~3배는 더 나가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보다는 개인적 인성의 문제라고 본다”고 질타했다.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이라 칭하고 영어를 사용해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어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인종차별에 가까운 모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차라도 한 잔 대접하면서 ‘제 입장이 이렇다’라고 부드럽게 전달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 옳았다”며 “자기의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관객 모독, 관중 모독, 상대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스캔들이 퍼지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미국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퇴출될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4일 부산 남구 경성대에서 열린 ‘이언주&이준석 톡!톡! 콘서트’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野 일각 "이준석과 누가 선뜻 손 잡겠나"

야당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았다. 비명계로 통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영어를 사용하고 호칭을 미스터 린튼으로 하는 건 인 위원장이 이방인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라며 “인 위원장은 한국이 고국”이라고 강조했다. 제3지대를 표방하는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곽대중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는 종종 선을 넘는다”며 “누가 그런 사람과 선뜻 손을 잡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의 대상이 서울에 있다’는 당연한 말을 인정하지 못하고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해봐야 승리는 요원하고 시간만 흘러갈 뿐”이라면서 “환자를 외면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약을 먹일 생각은 그만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나아가 “억지 봉합쇼를 한다고 18개원 간의 실정이 가려지느냐”며 윤석열 대통령과 더욱 각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향한 손짓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이날 채널A ‘라디오쇼’에서 “서울에는 환자가 없고 부산에 환자가 있다. 마음 아픈 분이 환자”라며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불만을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당에 굉장한 애착이 있으니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되려 이 전 대표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의 행보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진 못하더라도 그 명분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인 위원장이 부산에 갔는데 (이 전 대표가) ‘영어로 모욕을 줬구나’ ‘왕싸가지다’ 이런 생각을 국민들이 더 많이 가질 것”이라며 “당신들이 싫어서 당을 나간 것이지 우리는 잡으려 했다는 명분을 쌓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