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연기·자율화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매장 내 사용 가능

1년 계도기간 가졌음에도 대안 못 만들어

대책 없는 백지화에 친환경 역행 비판도

경남 양산시 낙동강변 자전거도로에 소비자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쌓여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경남 양산시 낙동강변 자전거도로에 소비자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쌓여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환경부가 오는 24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러한 불편은 사실상 사업 전부터 예견했다는 점에서 정책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는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번 방안은 그동안 계도로 운영해 온 품목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환경부는 오는 24일부터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예정이었다. 2022년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현장 혼란을 우려해 지난 1년간 계도기간을 가졌다.

이날 환경부는 “소비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부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이 2.5배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제도 전환 이유를 밝혔다.

종이컵 규제 또한 환경부는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등에서 다회용 컵 세척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척 시설 설치가 어려운 작은 규모 매장은 현실적으로 규제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환경부는 앞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있어 비닐봉지는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플라스틱 빨대 역시 계도기간을 재차 연장하고 해당 기간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도록 생산업체와 논의할 계획이다.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지속 권장하고 매장에서 사용한 종이컵은 별도로 모아 분리 배출하는 등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해 재활용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 선언 1주년을 이틀 앞두고 광주광역시 북구청 광장에서 공직자들이 '일회용품 없는 생활' 실천 확산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 선언 1주년을 이틀 앞두고 광주광역시 북구청 광장에서 공직자들이 ‘일회용품 없는 생활’ 실천 확산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상인·소비자 입장 고려 ‘환경’은 빠져

이번 환경부 결정은 결과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퇴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년간 계도기간까지 가지면서 애써 추진한 정책을 ‘자발적’이란 이름으로 전면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언급한 문제점들은 사업 시행 전부터 예견됐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를 꼬집을 수밖에 없다. 제기된 문제에 관한 해법을 찾기 위해 1년간 계도기간을 뒀는데, 결국 대안을 내놓는 대신 제도 백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지난 1년간 대안 마련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이날 임 차관은 “그동안 준비하지 못했던 것은 환경부 불찰이고 그것에 대해 드릴 말이 없다”며 “애초에 제도를 도입할 때보다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향후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환경부는 결국 플라스틱 빨대 경우 계도기간을 연장했고, 종이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향후 소비 축소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종이컵은 매장에서 인력 고용이나 세척 시설 설치 부담 등을 고려해 “종이컵 사용 대신 다회용 컵 사용을 지속 권장하고 사용한 종이컵은 별도로 모아 분리 배출하는 등 더욱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배가하겠다”라고 했다. 다만 종이컵 사용 감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임 차관은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규제가 아닌 차원에서 일회용품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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