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견례서 인요한 “도와달라” 홍준표 “듣보잡들 너무 설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의 혁신을 위해 통합을 첫 번째 기치로 내걸었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첫 통합 대상으로 꼽았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만나 “연말까지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근처에서 호가호위 하는 세력들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이 정리된 뒤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답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8일 대구광역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홍 시장과의 면담에서 “당 안에서, 특히 우리가 대통령의 얼굴이고 당의 얼굴인데, 그 얼굴을 책임감 있게 좀 똑바로 해야 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홍 시장이) 당에 애착이 있고 사랑한다는 걸 안다. 연말까지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우선 인 위원장은 “한 수 배우러 왔다. 외국이나 구라파(유럽)나 예산보다 돈을 더 많이 써서 적자 예산이라 배울 점이 하나도 없다”며 “근데 서양에서 배울 점은 유머가 굉장히 교육적이란 것이다. 평소 시장을 존경하는 건 유머로 한국정치를 코멘트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가 와서 하는 일들도 유머로 풀자면 좀 새삼스러운 일이다. 다 답은 나와 있다”며 “갈 길도 다 안다. (혁신을)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만 만들고 있다”고 강조하며 홍 시장을 향해 당의 통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부탁했다.

이에 홍 시장은 현재 윤 대통령 주위에 있는 친윤 세력들을 가리켜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 듣보잡들은 내년에 다 자동으로 정리될 것이고, 정리된 뒤 새로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며 “총선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다 죽여놨는데, 지금 와서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일부 초·재선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의 성화로 자신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것을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계속해서 일부 친윤계 초선 의원, 원외 인사 등을 싸잡아 ‘듣보잡’으로 규정하곤 이들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그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윤 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 대통령 믿고 초선이나 원외 애들이, 듣보잡들이 나서서 중진들 군기 잡고 설치는 바람에 이 당에 중진의 역할이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중진들이 조정하고 여야 타협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신당 창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듣보잡들이 나서서 조리돌림을 했느냐. ‘성 상납’이라는 터무니없는 주홍글씨를 써서 딱지 붙이고, 듣보잡 동원해서 경찰에 고발하게 하고, 수사하게 하고”라며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고 조리돌림을 했는데 이 전 대표가 돌아오겠느냐. 돌아오면 진짜 배알도 없는 놈이 된다. 쉽게 못 돌아온다”고 진단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당에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돌아와서 화합하면 중책을 맡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박사가 노력하셔도 이 전 대표는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비례대표 정당만 창당하더라도 10석 가까이 차지할 수 있는데, 뭣하러 이 전 대표가 지역구 나가겠다고 목매달 필요가 있겠느냐”며 “노원 가면 100% 떨어진다는 걸 영악한 이 전 대표가 모를 리 있겠느냐. 사태를 이렇게까지 오게 한 원인은 정권 초기에 대통령 믿고 설친 철부지 애들”이라고, 재차 이 전 대표의 문제 역시 친윤계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끝으로 홍 시장은 “대통령에 대해 언론이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은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대통령을 호가호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최근에 그걸 깨닫고 자기 이용해 먹는 세력들을 멀리하고 있을 것이다. 혁신위가 그런 세력들을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네,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홍 시장의 이 같은 날선 발언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혁신위를 왜 만들었느냐. (지도부) 자기들이 해결을 못하니까 혁신위를 만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희생’을 강조하면서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권고한 2번째 혁신안을 당 지도부와 친윤계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특히 당 중진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당의 허리가 없어졌으니 당이 건강할 리가 있느냐. 사람도 허리가 부실하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며 “발바닥이 설치니까 허리가 온전한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또 “총선에서 열심히 해서 과반수가 되도록 해보라. 그렇게 못하면 식물정부가 된다. 그 다음부터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부가 된다”며 “그게 심각한 줄을 모른다. 조금 있어 보면 그런 사람들이 제일 먼저 엑소더스(대탈출)를 시작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보지 않았느냐. 제일 먼저 엑소더스한 게 친박들”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뒤에서 친윤이라면서 부탁해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놈이 참 많을 거다. 그러니 대통령이 이용당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그걸 이용해 먹는 놈들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나라를 농단한 것이다. 그 본질도 모르고 엉뚱한 처방을 계속하니까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