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집단 성폭력 유포 영상 속 피해자들이 말하는 피해 후 일상, ‘아직도 악몽을 꿔요’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폭도들이 여성들의 옷을 벗긴 채 끌고 다니며 집단 성폭행을 벌인 지 6개월이 지났고 참혹했던 상황은 영상에 담겨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영상 속 두 여성이 BBC와 첫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여성은 은둔 생활, 정의를 위한 투쟁, 부족사회를 위한 별도의 행정부 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고: 이 기사에는 성폭력 묘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처음 내게 보인 것은 그들의 가라앉은 눈이 전부였다.

글로리(가명)와 머시(가명)는 커다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스카프로 이마를 덮었다.

두 쿠키-조미 부족 여성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

두 여성의 시련은 영상에 담겨 온라인에 퍼졌다. 1분보다 짧은 영상에서는 마니푸르주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메이테이족 남성들이 벌거벗은 여성 두 명을 둘러쌌다. 여성들을 밀치고 더듬은 뒤 들판으로 끌고 갔다. 두 여성은 그 들판에서 집단 강간을 당했다고 말한다.

글로리는 울먹이며 “나는 짐승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두 달 후 당시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계속 살아갈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머시는 “인도 사회가 어떤지, 그런 사건 이후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것”이라며 “심지어 우리 부족 안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가 어렵다. 자긍심이 무너졌다. 다시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두 여성의 고통을 증폭시킨 한편, 지난 5월 마니푸르에서 발생한 메이테이족-쿠키족 간 충돌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불의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이 분노와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안, 여성들은 끓어오르는 관심 앞에서 더욱 움츠러들었다.

사건 전 글로리는 학생이었다. 머시는 어린 두 자녀를 돌보고 숙제를 도와주며 교회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사건 이후 두 여성은 다른 마을로 도망쳐야 했다. 지금은 숨어 살고 있다.

글로리와 머시는 다시는 예전 마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BBC
글로리와 머시는 다시는 예전 마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둘 다 실내에만 머무르고 있다. 머시는 임시 거주지에서 은둔하고 있으며, 더 이상 교회에 가거나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가지 않는다.

그는 “결코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것”이라며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섭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글로리도 같은 생각이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군중이 무섭다.

상담은 도움이 됐지만 분노와 증오도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6개월 전, 글로리는 대학에서 메이테이족과 쿠키족이 함께 모인 반에서 공부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테이족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글로리는 “다시는 예전 마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그곳에 살면 이웃인 메이테이족과 교류하게 될 텐데, 다시는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머시는 두 손을 꽉 쥐고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테이블을 두드렸다.

마을이 공격을 받고 모두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쳤을 때, 글로리의 아버지와 형제는 폭도들에게 끌려가 살해당했다.

글로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눈앞에서 가족이 죽는 걸 봤다”며 살아남기 위해 가족의 시신을 현장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족을 찾으러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폭력 사태가 발생한 이후, 마니푸르의 메이테이족과 쿠키-조미족 사이에는 교류가 끊겼다. 경찰, 군대, 두 부족의 자원자가 검문소를 배치했고 마치 국경처럼 지역이 나뉘었다.

글로리는 “시신이 어느 영안실에 보관됐는지도 모르고 가서 확인할 수도 없다”며 “정부에서 인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머시의 남편은 당시 공격으로 집과 마을 교회에 불이 났다고 말한다.

그는 “지역 경찰에 전화했지만 경찰서도 공격을 받고 있어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길에서 경찰차를 봤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무력하다는 사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 아내도 마을 주민들도 구하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가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면 정말 화가 납니다.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다른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는 지난 5월 사건이 발생하고 2주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7월에 영상이 공개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소식통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담당 경찰관 1명과 다른 4명이 정직 조치되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분노가 널리 확산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해당 폭력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남성 7명이 집단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글로리와 머시, 머시의 남편은 사건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져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머시의 남편은 “영상이 없었다면 아무도 진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리는 눈앞에서 아버지와 형제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BBC
글로리는 눈앞에서 아버지와 형제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머시는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두렵다. 그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른 어떤 여성도 다시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글로리는 소수 부족을 위한 별도의 행정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쿠키족 사람들은 이 방안을 여러 번 요구했지만, 메이테이족은 이를 반대했다. 마니푸르주 총리는 마니푸르의 통합을 거듭 촉구했다.

글로리와 머시는 마니푸르주 정부에 대해 신뢰가 거의 없으며, 주 정부가 쿠키족에 불리한 방향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했다.

비렌 싱 마니푸르주 총리는 BBC가 해당 의혹을 제기했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인도 익스프레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이나 업무에는 편향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영상을 계기로 부족 간 충돌에 주목하고 모든 폭력 사건을 중앙수사국(CBI)과 같은 독립적인 연방 수사 기관에 넘기도록 권고했다. 대법원은 희생자의 시신을 확인하고 가까운 유족에게 인도하도록 주 정부에 지시했다.

글로리는 앞으로 다른 대학에서 학업을 재개하고 군인이나 경찰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위해 편견 없이 일하겠다는 결심이 더 강해졌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의가 실현되길 원한다… 이것이 내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는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하는 여성이 없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머시는 “부족 여성인 우리는 강하고 포기를 모른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모든 지역사회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녀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여성에 대한 존중을 버리지 않도록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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