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누가 되든 대중국 규제·美 주도 공급망 가속화 전망

韓 반도체, 살아남으려면 메모리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차세대 시장 확보에 사활 걸어야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AP/뉴시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케 할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산업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2기가 열리든, 공화당이 정권교체를 하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기조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이는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봄’을 앞두고 기술개발 및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과 SK는 메모리 중심 경쟁 우위를 지속하는 한편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할 글로벌 전략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을 향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아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리턴 매치’가 유력시되는 모습이다.

주요 언론들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선호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유권자들의 지지성향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각국의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 국정운영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에 더욱 관심이 높다.

다만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과 국가안보 정책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큰 틀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어 계속해서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누가 되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좌절’, ‘미국 중심 공급망 재구축’ 키워드를 밀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기술 뿐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에서 모두 중국 보다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부터 시작된 대중국 견제는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 카드’로 노골화됐고, 바이든 정부 들어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제도화로 이어졌다.

이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은 첨단 AI(인공지능)칩 통제 강화, 반도체 제조장비 통제범위 확대, EL(수출통제 기업 명단)에 중국 기업 13곳 추가로 ‘중국 때리기’에 총력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기조는 미국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 대중국 규제를 관철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에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등 공조 전략을 택했다. 동맹국들의 첨단 소재·부품·장비가 중국에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바이든 2기가 열리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힘을 합쳐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구사할 공산이 높다.


이 과정에서 삼성, SK 등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4월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제재안을 발표할 당시, 한국 업체들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제도와 동맹국 공조에 의지하기 보다는 미국 단독으로 글로벌 기업투자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 한복판에 있는 반도체를 정조준해 삼성, SK 등에 생산시설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반도체 자급’을 강조하며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했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현재 한국의 대미 흑자가 많아 이를 축소하라는 압력과 함께, 미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를 더 늘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면서 “바이든은 보조금이라도 주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시설을 유치하려고 하나 트럼프는 좀 더 직접적인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더 올려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대중수입을 막으려 할 수 있어, 한국의 중국 반도체 공장 유지도 지금 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미국 주도의 공급망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SK 모두 중국 내 생산설비가 적지 않은 만큼 보다 빈틈없는 대응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이 녹록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내 기업들이 ‘탈중국’과 ‘메모리 반도체 중심 R&D·투자’ 투트랙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고 글로벌 반도체 위상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기술 확보가 유일한 대안이다. 미국이 인텔, 마이크론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고 중국 역시 자국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끊임없는 경쟁력 제고가 요구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제공

한국으로서는 반도체 장악력 확대를 위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과 더불어 차세대 시장 개척에 골몰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AI 시대 개화기에 발맞춰 AI칩 등 고성능 반도체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중이며, 미국에는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차질 없는 투자가 제 때 이뤄지도록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리스크를 감안해 중국 외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다각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 외 지역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예상돼 발 빠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정을 하며 중국 리스크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기존 수출통제 조치에 국한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VEU를 통한 예외 인정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존 수출통제 조치에 국한된 것”이라며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와 같은 핵심 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는 예외 없이 지속 적용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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