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LG 이병규(9번) ⓒ LG 트윈스
▲ LG 이병규(9번)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역전 홈런, 여기에 더해진 영구결번 레전드를 떠오르게 하는 홈런 세리머니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LG 오지환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3차전에서 5-7로 끌려가던 9회 2사 1, 2루에서 신들린 노림수로 역전 홈런을 터트렸다.

3년 연속 30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한 kt 마무리 김재윤이 2사 후에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직구를 노렸다. 이 예상이 적중했고, 스윙은 완벽했다. 오지환의 방망이에 맞은 공은 오른쪽 담장 밖으로 120m를 날아가 역전 3점 홈런이 됐다. 

이어진 오지환의 세리머니. 오지환은 두 팔을 벌려 LG 팬들의 함성을 고조시켰다. 이 장면을 두고 많은 LG 팬들이 지금은 지도자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전설’을 떠올렸다. 바로 삼성 이병규 코치다. 

LG의 영구결번 선수이기도 한 이병규 코치는 LG 시절 극적인 3점 홈런을 많이 때려 ‘미스터 스리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쇼맨십도 뛰어나 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세리머니를 여럿 만들었다.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오지환은 10일 2차전에서도 2-4로 추격하는 솔로포를 날렸고, 12일 4차전에서는 9-1로 성큼 달아나는 또 한번의 3점 홈런을 터트렸다. LG는 오지환의 홈런이 터진 7회 무려 8타자 연속 안타를 몰아치며 15-4로 kt를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우승을 눈앞에 뒀다.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이병규 코치를 떠오르게 하는 세리머니에 대해 “그냥 분위기가 너무 절정이어서, 팬들도 다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병규 코치님이 생각났다고 말씀해주시면 나는 좋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레전드를 떠올려주시니까”라고 했다. 

사실 이병규 코치를 생각하면서 했던 행동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마침 스리런 홈런이었다’는 말에는 “그렇네요”, “(좋은 표현을)막 붙여달라”고 활짝 웃으며 얘기했다.

▲ 염경엽 감독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오지환 ⓒ곽혜미 기자

3경기 연속 홈런은 단일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오지환은 이 신기록에 대해 “3연승했다는 거, 그리고 29년 만의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점에 만족한다. 나는 현역 선수라 사실 그런 것들(진기록)은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 나보다는 나중에 아들이 보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신기록의 주인공 오지환은 그러나 “내가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일단 방망이 중심에 맞아야 하고, 또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어야 홈런이 나온다. 그냥 더 많이 집중했다. 빨리 또 추가점을 내야지 생각했다. 확실히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점수를 만들려면 하나 노려보자 생각해서 주권 선수의 체인지업을 노렸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3차전에서 직구에 홈런을 쳤으니 이번에는 다른 구종이 올 거로 생각했던 것일까. 오지환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구종을 노리지는 않았다. 그는 “그보다는 상황을 봤다. (kt 쪽)1-6에서 더 점수를 주면, 어떻게 보면 (사실상) 끝나는 거다. 양 팀 선수들 모두 그렇게 약하지가 않다. 그래서 자기 강점을 살리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득점권 상황이니까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초구가 사실 노리기는 제일 편하다. 파울을 쳐도 다시 기회가 있으니까. 그래서 체인지업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 김현수 오지환 ⓒ곽혜미 기자
▲ 김현수 오지환 ⓒ곽혜미 기자

한국시리즈 4경기 3홈런으로 장타력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는 오지환이지만 정규시즌 동안은 여기서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142경기 25홈런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이자 두 번째 20홈런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126경기 8홈런으로 홈런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부상으로 출전 경기 수가 줄어든 것보다 홈런의 감소폭이 더 컸다. 

오지환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장타력의 차이에 대해 “시즌 초반에는 옆구리 부상 영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스윙할 때는)회전하는 그런 게 있으니까. 그리고 정규시즌은 장기 레이스라 (경기에)빠지지 말자는 생각도 했다. 이기는데 수비에서라도 도움이 되면 되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제는 몸을 사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껏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내친김에 4경기 연속 홈런으로 기록을 늘려볼 생각은 없을까. 오지환은 “지금까지도 그랬다. 홈런을 노리고 친 게 아니라 어떻게든 기회를 살리자, 강한 타구를 날리자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우승 세리머니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기분 좋은 상상이다. 쉬는 날 선수들에게 한 번 물어보겠다”고 밝혔다. 

▲ 오지환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 연합뉴스
▲ 오지환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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