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환 고우석 박동원 LG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고우석 박동원 LG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퍼펙트 원(Perfect One)’. LG 트윈스가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9년 서린 한이 풀렸다.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서 6-2로 이겨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1994년에 이어 세 번째다.  

LG는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86승 2무 56패 승률 0.606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135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고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LG의 정규시즌 1위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날짜는 10월 3일. 다음 날 부산 원정경기를 위해 내려가던 길에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LG는 이날까지 135경기에서 82승 2무 51패 승률 0.617을 기록하고 있었다. 산술적 1위 가능성이 남아있던 NC 다이노스가 SSG 랜더스에 7-9로 지고, kt 위즈 또한 KIA 타이거즈에 1-3으로 지면서 LG의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가 모두 지워졌다. 

▲ 염경엽 감독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올해 LG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 LG는 2022년 정규시즌 2위이자 구단 역사상 최다승을 거둔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업셋을 허용하면서 구본능 구단주 대행이 ‘격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연스럽게 다음 감독은 한국시리즈에는 올라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센티브 포함 3년 21억 원에 감독 계약을 맺고도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2년 안에 뭔가 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현장 복귀 첫 해에 정규시즌 1위를 일궈냈다. 

우승이 목표였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LG는 개막 첫 달인 4월을 3위(15승 11패 승률 0.577)로 마쳤다. KIA 타이거즈와 잠실 주말 3연전을 전부 내주면서 팬들의 우려가 극에 달했다. 무리한 주루플레이의 역풍, 마무리 고우석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한 불펜 과부하가 문제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5월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야구를 예고했다. 선발투수들의 투구 이닝을 늘리고, 주루 플레이도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다. 

▲ 박동원 ⓒ곽혜미 기자
▲ 박동원 ⓒ곽혜미 기자

5월부터 LG의 질주가 시작됐다. LG는 5월 23경기에서 16승 1무 6패 승률 0.727을 기록하며 ‘3강’을 이루던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1번타자 홍창기가 월간 타율 0.384, 출루율 0.470으로 기염을 토했다. FA 이적 선수 박동원의 주가는 폭등했다. 박동원은 5월에만 홈런 9개를 치며 홈런 1위를 질주했다. 여기에 롱릴리프로 개막을 맞이했던 임찬규가 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13으로 에이스 몫을 해냈다. 

6월까지 46승 2무 26패로 선두를 지키던 LG는 7월 또 한번 위기를 겪었다. 월간 승률에서 가장 낮은 0.500(7승 7패)을 기록했다. 전반기 막바지였던 7월 9일 롯데전(4-7)부터 후반기 첫 시리즈인 7월 26일 kt전까지 5연패에 빠졌다. 이 5연패로 2위 SSG에 0.5경기 차까지 쫓겼다. 그러나 끝내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LG는 5연패 뒤 8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2위 SSG가 5.5경기 차로 멀어졌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
▲ 이정용 ⓒ곽혜미 기자

선두 굳히기가 계속됐다. LG는 8월 13승 8패, 9월 14승 10패로 매월 5할 승률에 +5승을 얻겠다는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걱정거리였던 선발진은 불펜 필승조였던 이정용의 보직 전환으로 해결했다. 이정용은 8월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으로 대활약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나면서 포크볼과 커브를 연마해 ‘포 피치 투수’로 변신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힘도 컸다. ‘LG의 외국인 타자 저주를 끊겠다’고 자신하던 오스틴은 8월과 9월 두 달 동안 타율 0.333에 홈런 9개를 때렸다. 꾸준한 예습과 복습으로 낯선 투수들이 가득한 KBO리그에서 살아남았다. 9월에는 한때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케이시 켈리가 다시 에이스로 돌아왔다. 켈리는 9월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 오스틴 ⓒ곽혜미 기자
▲ 오스틴 ⓒ곽혜미 기자

▲ 켈리 ⓒ곽혜미 기자
▲ 켈리 ⓒ곽혜미 기자

한국시리즈에서는 지금까지 우승 공식을 깨는 LG만의 야구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발투수가 강해야 하고, 빅볼보다는 스몰볼로 점수를 짜내 적은 점수 차를 소수정예 필승조로 지키는 것이 흔한 KBO리그의 우승 공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LG에 강한 선발투수는 켈리 뿐이었다. 플럿코의 부상 이탈로 외국인 투수가 한 명 밖에 없었다. ‘우승 청부사’ 최원태는 이적 후 확실한 신임을 받지 못했다. 임찬규는 정규시즌 14승을 거뒀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늘 고전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안고 있었다. 4선발로 낙점된 김윤식은 마지막 청백전까지도 자신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LG는 정규시즌 1위의 이점을 살리며 한국시리즈에서 kt를 압도했다. 2차전 선발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4실점했는데도 5-4로 역전승하면서 ‘무한 필승조’의 힘을 자랑했다. 3차전에서는 마무리 고우석이 8회 역전을 허용했는데도 버텼다. 불펜 야구가 한계에 다다를 무렵 4차전 선발 김윤식이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1승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5차전 선발로 돌아온 켈리가 5이닝만 던졌는데도 불펜투수를 여유있게 활용할 수 있었다.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타선에서는 화끈한 홈런쇼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2차전에서 1-4로 끌려가던 6회 오지환의 추격하는 솔로포가 터졌고, 8회에는 박동원이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3차전은 홈런으로만 8점을 냈다. 오스틴이 3회 선제 3점 홈런을, 박동원이 6회 역전 2점 홈런을 기록했다. 5-7로 끌려가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나온 오지환의 역전 3점 홈런은 시리즈 분위기를 완전히 LG 쪽으로 가져왔다. 4차전에서도 홈런이 3개나 나왔다. 김현수가 1회 선제 투런 홈런을, 문보경이 6회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오지환이 9-1로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날렸다. 

이번 한국시리즈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의 부진에 빠졌던 고우석은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배정대의 타구가 2루수 신민재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면서 LG의 우승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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