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 사진=권광일 기자

[잠실=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애증의 까까머리 유격수가 장성하여 팀의 29년 저주를 깨부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 6-2로 승리했다.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오지환은 5경기에서 6안타 3홈런 8타점 타율 0.316 출루율 0.409 장타율 0.842를 기록했다.

1990년 3월 12일 태어난 오지환은 군산초-자양중-경기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 LG에 1차 지명을 받았다. 소위 90년생 5대 유격수 중 가장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며 계약금 2억 8천만 원을 받았다.

오지환은 유격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2년 차 시즌부터 1군 경기를 소화했다. 담금질이 필요한 시기에 1군에서 뛰다 보니 많은 삼진과 실책으로 공수 양면에서 부족함을 보였다. 결국 137삼진, 27실책으로 삼진왕과 실책왕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사진=DB

이때 오지환은 ‘오지배’란 별명을 얻었다.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다. 2018년에는 상무 입대를 포기하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 병역특례 논란을 빚었다. 하필 아시안게임 내내 장염에 시달리며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해 더욱 비난을 받았다.

경험이 싸이고 주목받던 잠재력이 개화하며 긍정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6년 잠실 유격수 최초로 20홈런을 쏘아 올렸고 2020년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했다. 2022년 25홈런 20도루로 20-20 클럽에 가입했고, 데뷔 1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수비에서도 국내 최고로 성장했다. 오지환은 수비 범위는 이전부터 인정받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꾸준한 훈련으로 기본기를 키우고, 특유의 벤트레그 슬라이딩 캐치를 장착한 후로는 좀처럼 실책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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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오지환은 팀까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오지환은 3차전이 끝나고 “말로는 제가 명품 시계를 타고 싶다고 했지만 팀의 우승이 첫 번째다. 저한테는 15년이고 팬분들에겐 29년이다. 이런 순간이 한 번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이 큰 목표다. 값비싼 시계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절실함을 강조했다.

1994년 이후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잠실 30-30클럽과 최고령 타격왕에 오른 적토마 이병규는 물론, KBO리그 최초의 2500안타를 때린 LG의 심장 박용택도 해내지 못했다.

까까머리로 더그아웃에서 노래를 부르던 애증의 유격수가 한국시리즈 MVP에 올라 명품 시계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LG 29년의 한은 막을 내렸다.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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