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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습니다.”

빅뱅 출신 지드래곤(35, 본명 권지용)이 마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그는 지난 2011년에도 대마초를 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마약간이검사 반응은 양성. 마약 성분 검출에도 불구 지드래곤은 혐의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12년 전 ‘대마초인 줄 모르고 대마초를 한’ 지드래곤은 올해 10월 시작된 ‘연예계 마약 스캔들 리스트’에 오른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지드래곤은 내사 단계부터 의혹이 알려진 배우 이선균과 달리 입건 후에야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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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의 입장은 과거와 비슷하다. 당시 모든 의혹을 부인했던 그는 마약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한 팬에게 무언가를 받았는데 그것이 대마초인 줄 모르고 태웠다”고 밝혔다. 본질적으로는 ‘내 잘못은 아니다’는 입장. 이번에도 “마약을 투약한 일 자체가 없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같은 혐의를 받는 이선균과 지드래곤의 입장은 사뭇 달드다. 이선균 측 법률대리인은 내사자 신분일 때도 ‘투약 여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선균이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투약했는지 종류까지 샅샅이 보도됐다. 이선균의 변호인이 마약 투약 여부를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건 마약 혐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검사 결과라서다. 양,음성 여부가 모든 걸 말해준다.(물론 제모, 염색 등으로 피하는 경우도 많다.) 피의자가 마약류를 모르고 접했든, 알고 접했든 중요하지 않다. 양성이 나왔다면 혐의가 성립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마약을 투약한 일 자체가 없다는 지드래곤은 마약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왜 혐의를 받을까. ‘우연히, 또,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일까. 지드래곤은 지난 27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김수현 변호사를 통해 “우선 저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지드래곤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이번 의혹과 완벽히 선을 긋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지드래곤은 “최근 마약류관리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함을 밝힌다”고 말했다. 혐의가 확인돼 피의자가 된 상황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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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드래곤은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심을 알기에 수사 기관의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다 성실히 임하겠습니다”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건 수사 결과다. 물론 수사 과정도 중요하다. 과거 지드래곤은 대마초 마약간이검사 결과에서 양성이 나왔음에도 기소유예 판정을 받았다. 유명인사의 마약 사건에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일반적인 경우와 사뭇 달랐다. 수사 기관의 의지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지드래곤를 불구속 입건했다. 마약 관련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연예계 인물은 배우 이선균 외에도 여러 연예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와 예능 오디션 출신 한서희, 작곡가 정다은이다. 한서희와 정다인은 한때 동성 연인 관계였고, 한서희는 YG엔터테인먼트 출신 아이콘의 비아이에게 마약을 제공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지드래곤은 기소유예 처분 덕에 양성 반응에도 대중 앞에 당당히 얼굴을 비출 수 있었다. 그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c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마초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마초와 담배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거짓말이 통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사람들을 못 봤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거짓말이 아니었기에 대중 앞에 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드래곤의 모든 말이 사실이라면 과거 대마초 해프닝은 물론 이번 혐의까지 유독 마약과 관련해 억울한 일이 많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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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억울의 아이콘’인 것일까. 답변은 글쎄다. 스타는 직업적 특수성 탓에 의혹에 휩싸이면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스타를 소비하는 주체는 불특정 다수인 대중이고, 이들이 스타가 불미스러운 논란을 일으켰을 때 유독 한목소리로 집결하는 성향이 있다. 대중이 만드는 여론은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실체가 돼 도마 위에 오른 스타를 난도질 한다. 마땅한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은 타 직업군에 비해 강도 높은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

논란을 일으킨 스타들의 활동 여부는 언제나 대중의 여론에 좌지우지 됐다. 어느 누구든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묶인 대중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졌고, 더 일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SNS에서 한목소리로 집결된 대중의 목소리는 파괴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가장 엄격하게 대응하는 (스타의) 의혹은 성, 음주운전, 먀약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때로 수사 결과를 떠나 의혹을 받는 것 자체로 비난을 받는다. 수사 기관의 법리적 판결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여론 재판’이다. 김상혁은 ‘술은 마셨는데 움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 한마디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조롱의 대상이 됐다.

보수적인 한국의 연예계에서 지드래곤이 ‘대마초 양성 반응’에도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대중이’대마초인 줄 몰랐다’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여론의 방향이 다소 운 좋게 흐른 것, 여론 재판이 같은 논란을 일으킨 동료들에 비해 덜 나쁘게 작용했을 뿐이다. 이를 추상적인 ‘운’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이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다. 그만큼 이례적인 경우였다. 지드래곤은 양성 반응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큰 부침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전 소속사 YG엔터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승승장구하던 때다.

지드래곤이 이번 마약간이검사 결과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대중의 신뢰도를 흠집 없이 완벽히 회복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는 ‘유독 억울한 일이 많다’며 그를 지지하겠지만, 혹자들은 ‘왜 자꾸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라는 물음표를 떠올릴 것이다. 이 의문을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부디 어떤 수사 결과든 대중을 ‘낫 놓고 ‘ㄱ’ 자도 모르는 사람들’로 여기는 입장 발표는 지양하길 바랄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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