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에서도 중국 G2 반열에 끌어 올려”

지난 3월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월 퇴임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사망했다. 68세.

중국 관영 CCTV는 리 전 총리가 26일 밤 상하이 거처에 머물다 심장 발작이 일어났고, 응급실로 옮겨져 구조를 다했으나 27일 0시 1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총리직 임기(통상 10년)를 끝내고 정계를 떠났다. 이후 두문불출하던 리 전 총리가 7개월 만에 사망 소식을 전한 것이다.

리 전 총리는 1955년 7월생으로 중국 중동부 안후이성 출신이다. 2013년 3월 원자바오로 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아 퇴임까지 10년 간 중국의 2인자 자리를 지켰다.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의 아들로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달리 ‘한미한’ 출신이지만 엘리트 코스를 밟아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리 전 총리는 문화대혁명 동안 중단됐던 대학입시가 재개되자 29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베이징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그에게 국비 장학생으로 하버드대에서 유학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를 마다하고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도부에 들어갔다. 공청단 지도부에서 일하며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청단 지도부에 들어온 리 전 총리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최연소 타이틀’을 줄줄이 경신했다. 차관급에 해당한 공청단중앙 제1서기가 된 그의 나이는 고작 38세였다. 허난성장이 됐을 때는 43세였고 47세에 허난성 당서기가 됐을 때도 나이는 최연소였다. 그를 눈여겨 지켜보던 공청단중앙 제1서기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은 리 전 총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다.

후 전 주석의 든든한 후원까지 등에 업고 질주하던 리 전 총리는 그러나 막판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밀려났다. 중국 정가에선 그가 밀린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내놨다. 물론 시 주석의 등극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간의 권력다툼에서 어부지리한 측면이 강했다. 다만 허난성 탄광 매몰 사건 등이 터지며 리 전 총리의 개인적인 운이 따르지 않은 점, 국무원 상무부총리로 일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 등이 최고 지도자가 되지 못한 이유로 나돌았다.

결국 2013년 중국의 2인자 자리인 총리직에 올랐다. 임기 초기에는 시진핑·리커창 투톱 체제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며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 주석이 정치적 라이벌이던 리 전 총리에게 실권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총리의 영역인 경제 분야에서도 정책 도입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시진핑 2기 출범 이후에는 거시경제, 금융 관련 권한이 시진핑의 최측근인 류허 부총리에게 넘어갔다.

리 전 총리는 ‘성장’을 중시한 반면 ‘분배’를 우선시한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추진했다. 그는 국유기업 규모 감축과 시장규칙을 준수할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시 주석은 국유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당이 기업경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에 밀려 존재감을 상실했다. 이후 점차 리 전 총리의 모습은 관영 매체에서 사라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리 전 총리는 외부로부터 업적을 인정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그를 “경제 성장을 묵직하게 이끌어 중국을 G2반열에 올려놓은 리더”라고 평했다. 그가 국내통생산(GDP) 조작설을 주장하며 경제 관료들에게 ‘철도물량·전력량·신규대출량’이란 3가지 지표를 제시한 점, 코로나19 위기 당시 전염병의 위험성을 빨리 알아채고 위기 극복에 큰 기여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중국 정치 평론가이자 작가인 아담 니는 로이터에 “리커창은 중국 경제에 위대한 발전을 이끌었고, 중국의 경제 개혁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며 “그러나 개혁과 개방에서 방향을 튼 중국 정부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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