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구글)

지난해 8월, 구글은 애플에 메시지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겟 더 메시지(Get the Message)’ 캠페인을 공개했다. 구글은 해당 캠페인을 통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간의 문자 메시지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구글은 “애플이 문자 메시지를 수정해야 할 때”라면서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채택을 촉구했다.

RCS는 구글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지난 2019년에 개발·채택한 국제 표준 메시지 규격이다. 이용자 간의 무료 텍스트 전송은 물론,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보내기 취소, 그룹 채팅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종단 간 암호화도 적용돼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용자 간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RCS는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압박에도 애플은 ‘아이메시지’ 고수

(출처: 애플)

그러나 애플은 요지부동이었다. 애플은 자체 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iMessage)’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굳이 RCS를 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맥이나 아이패드 등 사용자의 다른 애플 기기와 연동된다.

아이메시지는 애플 기기를 쓰는 사용자끼리 문자를 보낼 때만 지원된다. 그래서 애플이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와 문자를 주고받을 땐, 2세대 규격인 SMS와 MMS 서비스로 전환된다. 이로 인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면 화질이 저하되거나 어떨 때는 전송이 아예 안 되기도 했다.

또한 애플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파란색 말풍선이 아닌, 초록색 말풍선으로 메시지가 전송된다. 이처럼 시각적으로 구분되는 채팅창은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가 됐다. 해외에서는 아이메시지 때문에 아이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10대 청소년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폰을 쓰는 또래 친구에게 색깔이 다른 말풍선 때문에 소외당하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이었다.

구글은 이와 같은 지점을 지적하며, 애플에 RCS 도입을 수년째 요구했지만, 애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안도 철저하고 이용자들을 회사의 생태계에 묵어두는 아이메시지를 굳이 버릴 이유가 없었다.

구글과 EU의 압박 거세져…결국 항복한 애플

(출처: 구글)

애플이 움직이지 않자, 구글은 더욱 거세게 애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근 구글은 유럽의 주요 통신사와 함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아이메시지를 디지털 시장법(DMA)의 핵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업자 삼성 역시 애플의 RCS 도입을 촉구하는 광고를 내며, 애플을 구석으로 몰았다.

결국 구글의 끈질김에 애플이 백기를 든 걸까. 지난 11월 16일(현지 시간), 애플이 내년에 RCS 문자 규격을 iOS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년 동안 아이메시지를 고수하며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던 애플의 고집이 드디어 꺾인 것이다. 애플은 “RCS가 SMS나 MMS에 비해 더 나은 메시징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이를 아이메시지와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구글의 거센 압박도 한몫했지만, 애플이 이처럼 RCS를 채택하기로 결정한 데엔 아이메시지가 유럽연합의 DMA법 규제 대상에 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EU는 아이메시지의 DMA 적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아이메시지가 EU 국가 내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미치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만약 아이메시지가 DMA 법상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되면,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경쟁사 서비스와 호환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간 매출액 최대 10%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반복 위반 시에는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오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애플은 규제받기에 앞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 셈이다. 내년부터 애플이 RCS를 지원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아이메시지가 제공하던 기능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애플 기기 간의 아이메시지는 그대로 유지되며, 안드로이드 기기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RCS가 도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사이에 논란거리였던 아이메시지만의 파란색 말풍선과 초록색 말풍선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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