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고문영(서예지 분)과 문강태(김수현 분), 그리고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고문영(서예지 분)과 문강태(김수현 분), 그리고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2020년 방송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 분)과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 그리고 문강태의 형 발달장애인 문상태(오정태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이한 소재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극 중에서 동화작가로 일하는 고문영은 자신의 책에 그림을 그려 달라며 뛰어난 그림 실력을 지닌 문상태와 작화계약서를 씁니다. 하지만 문상태는 나이만 따지면 성인이지만 발달장애인 3급인 상황. 이 작화계약서,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맺은 계약은 유효할까

동화작가 고문영은 감정이 없는 반사회적 인격을 가지고 있어 돌발 행동을 자주 합니다. 자신의 팬이라는 아이에게 겁을 줘 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동화의 내용들도 상당히 어두운 편입니다. 

고문영은 정신병원에서 보호사로 일하는 문강태를 예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낭독회에서 문강태를 다시 만난 고문영은 그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고문영은 문강태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문강태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런 문강태를 잡기 위해 고문영은 문강태의 형인 문상태에게 작화계약서를 제시합니다. 문상태는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으며 고문영의 동화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문상태는 작화계약서를 받아들이고 그 결과 문상태는 고문영과 함께 살게 됩니다. 형을 돌봐야 하는 문강태는 처음에 반발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결국 이 계약으로 고문영과 문상태, 문강태는 모두 같은 집에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문상태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사람과 고문영이 맺은 작화계약서는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문강태(김수현 분)와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문강태(김수현 분)와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문상태의 성년후견인은 누구일까

드라마 속 문상태는 발달장애인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문강태의 도움을 받아 살아갑니다. 그런 문상태와 동화작가 고문영의 작화 계약서는 유효할까요? 유효하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계약서 자체가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는 유효하더라도 계약을 맺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능력에 따라 그 효력이 달라집니다. 

발달장애인이라면 개별적으로 의사능력이 어느정도 되는지에 따라 제한능력자라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제한능력자란 단독으로 권리나 의무를 가지기 위한 법률행위를 완전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법률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행위능력이라고 하는데, 이 행위능력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문상태의 의사능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제한능력자로 인정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제한능력자의 경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불리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성년후견인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을 돕기 위해 그를 대신해 법률 행위 등을 하게 됩니다. 또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대리권과 취소권을 가집니다. 

누군가의 성년후견인이 정해지려면 법원에서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문상태에게 성년후견인이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만약 문강태가 문상태의 성년후견인으로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면 어떨까요? 문강태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계약을 맺은 고문영의 입장에서 계약이 취소된다면 달갑지는 않겠지만, 피성년후견인인 문상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이므로 이에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드라마 속 문강태가 실제로 문상태의 성년후견인처럼 생활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을 통해 성년후견인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문상태가 동생인 문강태에게 말하지 않은 채 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문상태(오정태 분)의 모습./=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현실 속의 성년후견인 제도

성년후견인 제도는 2013년부터 시행됐지만 아직도 생소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고령 등으로 사회적 제약이 있는 성인들을 위해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성년후견인들의 재산 관리나 치료, 요양 등을 돕기 위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겁니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신해 법률 행위를 할 수도 있고 대신 재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성년후견을 받기로 하면서 이 제도가 알려졌습니다. 당시 롯데그룹가에서는 재산에 대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이하게도 개인이 아닌 한 사단법인이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를 선정하기 위한 법원의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성년후견인은 개인이나 가족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제3자나 기관, 단체도 가능합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특히 고령화 사회가 돼가고 있는 요즘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어르신 분들이 갑자기 아프시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이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문강태도 문상태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다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문상태가 사기라도 당한다면 문강태가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돼 있다면 이런 사태에 대처하기 쉽습니다. 

이상 네이버법률의 법률씬스틸러였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송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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