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친절했던 한 동네약국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된 진짜 이유가 알려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D약국 네이버 업체 등록 사진. / 네이버

최근 인스타툰 키크니(@keykney) 계정에는 서울 강동구 D약국 사연이 웹툰으로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웹툰에 소개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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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동네에서 자리를 지킴과 동시에 골목길에 따뜻한 빛을 켜며 사람들 건강을 지켜온 D약국이 있다. 아침 일찍 문을 열며 ‘안녕하세요’ 따뜻한 인사와 함께 동네 사람들을 반겨온 약사 A 씨와 그의 아내는 항상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며 마을 안전을 지켰다. 그렇게 D약국은 이웃들 마음속에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A 씨 부부가 보여준 따뜻한 배려와 친절한 모습은 약국을 찾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이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는 약을 받는 이들에게 더 큰 힘이 되어주었고 그 마음씨는 많은 이들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D약국은 갑자기 며칠간 문을 닫아 동네 주민들 걱정을 샀다. 약국을 지나가던 주민들은 어디가 아프신 건가,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건 아닌지 하며 A 씨 부부 안부를 걱정했다.그렇게 시간이 꽤 흐른 뒤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부고 안내장이었다. 약사 A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부고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약국 문 앞에는 포스트잇이 여러 개 붙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을 하나둘씩 남긴겼다. 그렇게 부고 안내장 옆에는 A 씨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홀로 남은 아내분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해당 사연은 인스타툰으로 그려져 널리 널리 퍼졌다. 그러고 며칠 뒤 A 씨 딸인 B 씨가직접 댓글 하나를 길게 남겨 이목을 끌었다.
B 씨가 댓글에 남긴 이야기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안타까우면서도 분통 터지는 사연이 담겨있었다.
D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 A 씨 부고 안내문에 동네 주민들이 명복을 빌며 남긴 포스트잇들. / 인스타그램 계정 @keykney

B 씨는 “어제 아버지 사연이 올라온 걸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그동안 부모님 약국을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셨는데 일일이 다 설명드리기가 어려워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B 씨는 “작년 어느 날 새벽 녹색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시던 어머니께서 음주무면허 오토바이 정면충돌 사고를 당하셨다. 오른쪽 폐가 찢어지고, 부러진 갈비뼈가 왼쪽 폐마저 찔러 호흡이 곤란했다. 튕겨져 나간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머리는 뇌진탕을 일으켰고, 골반뼈 골절에 간출혈까지…생명이 위험하셨다”며 “단란했던 저희 가족은 그렇게 119 응급요원 전화를 받고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때부터 아빠 옆자리는 동생이, 엄마 옆자리는 제가 지키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발 살아 돌아만 와줘, 전부 다 내가 해줄게’ 매일을 기도하며 우시던 아버지 간절함 덕분에 어머니께서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내주셨다. 몇 달이 지나 사고 이후 처음 온 가족이 만났던 때 저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작년 10월 24일 그날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셨다”고 덧붙였다.

B 씨 어머니는 간신히 퇴원은 했지만 음주무면허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한 사고로 폐기능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걷는 것 역시 쉽지 않아 평생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B 씨는 “그래도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그 긴 입원과 재판기간 동안 단 한 번 미안하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못 주니 복역하게 되면 군대간셈 치겠다고 했다고 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시던 엄마 대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몇 번이고 간절히 탄원을 올렸지만, 보상이 아니라 병원비 합의조차도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가해자는 고작 1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들 가족에게 힘든 일은 그렇게 끝나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A 씨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됐다.

B 씨는 “처음엔 아빠가 그냥 가슴이 조금 답답하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병원에서 폐동맥에 혈전이 있다고 해서 수술을 받게 됐고, 금방 퇴원하실 줄 알고 입원하셨는데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셨지만, 그 뒤에 대량 출혈이 있어서 합병증이 생기셨다. 수술 중 대출혈이 일어날 활률은 아주 드물고, 사전에 이걸 알 수는 없다고 한다. 현대 의학의 한계라고 한다”며 “칠순 생일을 3일 남겨두고 그렇게 아빠를 떠나보냈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로”라고 전했다.

B 씨는 상상도 못 한 힘든 일을 연달아 겪으며 세상과 사람이 모두 싫어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D약국 사연을 소개한 인스타툰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주실지 몰랐다”며 “이렇게 감사함에 눈물 흘리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D국을 찾아와 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인스타툰으로) 제보 해주신 분과 또 이렇게 예쁜 사연으로 그려주신 키크니 님께도 아버지를 대신해서 정말 감사드린다. 아버지께서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거다. 저도 꼭 부모님처럼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며 글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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