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커피농원’ 조백기 대표

1400평에 700그루 커피나무 키워…커피체리 가공 체험도

“우리나라라에도 커피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과수로 등록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규모화를 이루면 국내산 커피를 재배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겁니다.”

눈이 많이 내린 12월 추운 날씨였지만 미사리 커피농원의 온실 안은 따뜻했다. 열대 과수인 커피를 키우기 위해선 적절한 난방이 필수다.

미사리 커피농원에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더농부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성인 한명당 367잔이다. 프랑스(551.4잔)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커피를 애용하는 나라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조 1168억 원으로, 2018년부터 연평균 6.6% 성장했다.

재배국이 아니면서 소비량이 많다 보니 수입량도 어마어마하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13억 달러로 전년보다 42.4% 증가했고, 수입량은 20만 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월 20일 더농부가 국산 커피 재배 농원인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커피농원을 찾았다. ⓒ더농부

국내산 커피는 없을까? 있다. 경기 하남 미사리의 커피농원이 대표적이다. 미사리 커피농원의 조백기 대표는 20년째 국산 커피를 재배·생산 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산 커피에도 비전이 있다”고 했다. 무슨 근거일까. 더농부가 20일 미사리 커피농원을 찾아 조백기 대표를 인터뷰하고 커피농원의 커피체리로 직접 커피 생두 로스팅을 해봤다.

열매 수확~로스팅까지 직접

5년째 커피 치유농업 프로그램

신축 건물들이 빼곡한 하남시 미사강변도시를 지나자 그린벨트로 지정돼있는 미사리 조정경기장 뒤편이 나왔다. 같은 미사동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불과 몇 백 미터를 사이에 두고 농원과 아파트가 공존하고 있다.

조 대표는 “총 1400평 면적에 커피나무 700그루를 키우고 있다”며 “국내 커피 농원이 몇 없는걸 감안하면 (내가) 키우는 농장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사리 커피농원에선 주로 커피 수확을 이용한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이날은 기자 단독으로 커피 로스팅 체험 과정을 진행했다.

커피 나무에 빨갛게 익은 커피 체리가 매달려 있다. ⓒ더농부

커피나무들 사이로 중간중간 빨간 열매들이 열려있었다. 조 대표는 “커피 열매 수확철이 되면 실제로 수확 체험도 한다”며 “커피체리가 빨갛게 익으면 따줄 때가 됐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 기른 커피 체리들은 직접 수확 후 건조 및 보관 과정을 거친다. 커피는 열매지만 씨앗을 활용하는 유일한 과일이다.

국내에서 자란 커피 체리를 내츄럴 방식과 워시드 방식으로 가공 후 보관해놓고 있다. 검은색이 내츄럴 방식, 노란색이 워시드 방식이다. ⓒ더농부

커피 체리 가공 방식은 건식(내츄럴)과 습식(워시드)로 구분된다. 내츄럴은 자연 건조 방식이다. 마르면서 열매가 검은색으로 변한다. 반면 워시드는 펄핑이라는 과육 제거 과정을 거친 후 수조에 담궈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가공 방식이 내츄럴이냐 워시드냐에 따라 맛과 산미가 모두 변한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는 (커피 체리) 가공 과정을 보기 어렵다”며 “직접 눈으로 커피 체리를 어떻게 가공하는지 볼 수 있는는 게 우리 커피 농원의 장점”이라고 셜명했다.

농장에선 미리 수확해둔 커피 열매들로 직접 생두 수망로스팅을 해볼 수 있었다. 전문가 과정에선 파치먼트 상태에서 생두로 만드는 방법까지도 설명하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론 생두 로스팅만 진행한다.

생두를 망에 넣고 버너 위에서 10분간 흔들어주자 고소한 냄새가 나며 흰색이던 커피콩의 색깔이 우리가 아는 커피 원두색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색이 변하면 달궈진 원두를 식히기 위해 쿨링 과정을 거쳐준다. 그 뒤 글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만들면 체험이 종료된다.

조 대표는 “보통 20g에 200mL 커피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국산 커피는 외국산 원두에 비해 조금 더 짙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커피 농원에서 생산된 원두가 가공 과정을 거쳐 홀빈, 드립백 형식으로포장된 모습이다. ⓒ더농부

원두 유통을 담당하는 김현경 미사리커피공동체협동조합 대표는 “미사리 커피가 하남시의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 선정됐다”며 “국내산 커피가 하남시의 특산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커피’ 확산 위해서

‘20년 노하우’ 전수할 것

로스팅 체험 후 조 대표를 인터뷰했다. 기후 조건이 전혀 맞지 않는 한국에서 용감하게(?) 커피를 재배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백기 미사리 커피농원 대표가 직접 수확한 원두를 이용해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더농부

▶왜 하남에서 커피 농사짓게 됐나요

원래는 고무나무 농사를 했었죠. 그러다가 커피나무를 만나게 됐습니다. 약간 운명처럼 다가왔던 거 같아요. 서울 근교엔 화분에 담아서 꽃을 키우는 분화가 발달해 있어요. 하남도 마찬가지였죠. 분화의 한 품목으로 커피나무가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미사리가 이전에 커피촌으로 유명했던 것도 한몫했죠.(웃음)

▶커피는 온도에 예민한 작물로 아는데

맞아요. 그래서 온도 조절이 중요해요.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난방을 해야 하는데 난방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15도 정도로 시작해서 1도씩 낮춰 12도까지 (커피) 나무들이 적응할 수 있는 단계를 맞춰줘야 해요. 제가 20년 동안 커피를 다뤄보니까 최소 10도 이상은 돼야 열매 상태가 괜찮더라고요.

미사리 커피농원에선 갓 볶은 국내산 원두를 이용해 드립 커피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더농부

▶농장 규모 어느 정도인가요

농장 전체로 보면 1400평 규모에 700그루 정도의 나무들이 있습니다. 커피 농원 중에선 꽤 큰 편에 속해요. 커피 체험 농장 대부분이 수입산 원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 커피 재배 농가는 저희(하남 미사)를 포함해 전남 고흥, 순천, 경기도 일산에 있는데요. 직접 커피 열매 수확까지 하는 곳을 따지면 저희가 꽤 큰 편에 속합니다

▶이 곳 커피농장을 많이 찾아 오시나

코로나 전에는 약 1000명 정도 왔었고요. 입소문을 타려고 할 때쯤 코로나가 터져서 방문자가 대폭 줄었어요. 그때가 진짜 힘들긴 했죠.(웃음) 지금은 1400명 정도로 코로나 이전 방문객을 회복했고요. 한 2000명에서 3000명 정도 되면 그래도 활성화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하남시 농촌치유농장인 미사리 커피농원은 2020년 관내 장애인 및 보호자들에게 ‘커피체리에서 원두까지’라는 주제로 재능기부 교육을 실시했다. ⓒ하남시

▶치유농업을 언제부터 했는지

2019년부터 시작했어요. 사회적 약자가 (농장에) 왔을 때는 전문적인 연구가 반영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치유 프로그램은 다회차로 진행되는데요. 커피는 1회성이라 꽃밭 만들기, 토마토나 오이 심기 같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때도 있죠.

기억나는 사례는 3회차쯤 되니까 인지 장애가 있던 한 분께서 저를 알아보시고 “형님, 형님”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뭘 해준다기보단 저는 방법만 알려주고 조금 느리고 서투르더라도 본인들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게 치유 효과가 좋았습니다.

▶커피 체리가 치유에 도움되나요

커피 체리 자체가 (도움) 된다기보단 내가 먹는 커피의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쳐 커피가 되는지 경험하는 게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직접 수확하고 로스팅 하는 게 재밌거든요. 유럽 선진국의 경우 실제 치료를 치유농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도 먼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커피 원두가 쿨링 작업을 거치고 있다. ⓒ더농부

커피 품질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 원두를 단국대 커피학과를 통해서 네덜란드로 보냈던 적이 있는데, “스페셜 특급에 속한다”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죠. 꾸준히 좋은 품종을 찾아내고 교배시켜서 품질 좋은 원두를 생산할 생각입니다. 규모화가 이뤄지면 국산 커피도 비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커피 생산 20주년 맞았는데, 향후 계획은

엄청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웃음). 개인의 목표라고 하면 커피 산업이 커질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어요. 저는 어떤 토양에서 어떤 나무들이 잘 자라는지 알잖아요.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대기업이 커피를 해보겠다고 외진 지역에 커피나무들을 심으면 반대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러다가 그 지역이 커피 메카가 될 수도 있고요. 규모화만 시키면 충분히 그 지역에서만큼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커피 원두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농부 인턴 양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경제, <"어제부터 줄 섰어요"…'캐나다 국민커피' 오픈런 인파 몰렸다>

서울신문, <“한국 세계 소비량 2위 커피공화국… 고양시 ‘글로벌 커피산업’ 메카로 육성”>

경기일보, <미사리커피농원 조백기 대표, 국내 커피농업 1호 영농인… 재능기부ㆍ봉사활동도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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