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세월 간절한 바람

눈감으면 더욱 생생해지는 기억
다녀오겠다는 아이의 뒷모습을
조금더 오래 봐둘걸 그랬습니다.
딱 한 번 놓쳐버린 그 손을
다시 잡을 수 있길
얼마나 바라고 원했던지.

– 영화 ‘바람의 세월’ 프롤로그 내레이션 중

세월호 인양모습. 사진=시네마 달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304개의 역사가 사라졌다. 살아남은 자는 남은 기억을 부둥켜안고,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시간은 흘렀지만, 상처는 여전히 생생하다. 304명의 생명이 사라진 그날, 아직 꽃을 피우지도 못한 수많은 꽃봉오리가 가지째 잘려 나갔다. 남은 가족들은 잃어버린 시간 앞에서 여전히 서성이며, 끊임없이 그날을 기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은 이러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참사가 남긴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변화해야 할 사회적 요구, 재난 대응 시스템의 미비점들을 짚어낸다.

세월호 유가족. 사진=시네마 달 제공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최근 발생한 오송참사와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들을 통해 아픔이 반복되고 있음을 꾸짖는다. 영화는 이러한 참사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면서 마무리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같은 아픔을 반복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바람의 세월’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민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진지한 변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모두 과거의 아픔에서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 10년, 평범했던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다

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사진=시네마 달 제공

문종택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로,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다 2014년 8월부터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오역과 곡해가 반복되는 현실을 겪으며,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기록을 녹화하여 보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은 영화 <바람의 세월>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 사진=이모작뉴스 db
세월호 유가족. 사진=이모작뉴스 db

유튜브 채널 ‘416TV’의 제작자이기도 한 문 감독은 거의 10년 동안 5,000개가 넘는 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해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그는 이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문 감독은 다큐멘터리스트 김환태 감독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그에게 전달한 초기 미편집본만도 7테라에 달했다. 이는 그가 보유한 50테라의 영상 중 초기 선별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세월호 유품. 사진=이모작뉴스 db
세월호 유품. 사진=이모작뉴스 db

<바람의 세월>은 그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로서 단순한 사건 재현을 넘어서, 그 기록들이 현재에 재조립되어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래를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그 아픔을 공유하며, 사회적 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과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문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작품이다.

이처럼 문종택 감독의 집요한 기록과 꾸준한 활동은 그가 겪은 개인적인 손실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 <바람의 세월>은 그의 노력이 집대성된 결과물로, 한국 영화사에 남을 아카이브 다큐멘터리로 기록될 것이다.

문종택 감독 인터뷰

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사진=시네마 달 제공

저는 2014년 수학여행 길에 아이를 잃어버린 단원고 2-1반 17번 문지성 양 아빠 문종택이다. 아이를 대신해 아직도 단원고를 졸업하지 못한 채 근 10년을 동거차도, 팽목항, 목포와 광화문, 국회 등을 헤매고 있다. 말 그대로 고등학교를 수년째 노숙을 하다 보니 졸업은 틀린 듯하다. 누가 졸업장을 노숙자에게 주려고 하겠는가? 명예졸업장은 받았다. 그래서 명예? 어떤 명예가 있는가? 시체 팔이, 세금 도둑, 북한 빨갱이, 이런 명예는 개도 안 먹는다.

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사진=시네마 달 제공

2014년 8월 8일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며 시작된 진상규명을 위한 캠코더 기록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 영상기록으로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 함께 남은 자들의 생명과 뒤안길을 열어 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 아버지로의 아주 작은 촛불 하나를 불 밝혀 보고자 10년의 기록영상의 뼈대 위에 미디어를 다루시는 분들과 함께, 이 땅에 이 바다에 흩어진 살붙이를 붙여 보고자 한다.

영화를 만들고자 시작한 것도 아니요, 백서를 쓰기 위함도 아닌 오로지 304분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와 제 아이의 죽음 앞에 ‘왜?’냐고 하는 단 한 글자를 찾기 위한 카메라였다. 오늘도 그 한 글자 ‘왜?’라고 하는 물음표에 모든 핀트를 맞추고자 서투른 렌즈를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억지로 이리저리 초점을 찾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사진=이모작뉴스 db

참 신기한 것은 이 못난 아비의 카메라엔 달빛, 별빛, 촛불보다 소리가 찍힌다. 달빛이 비치는 소리, 별빛이 내려오는 소리, 팽목항 등대가 깜빡이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목포 신항에 녹슬어 있는 세월호에 앞에선 도저히 카메라 오디오가 견디지 못할 소리가 찍힙니다. 그 찍혀있는 소리를 들려 드릴 수 있다면…

저의 카메라는 다큐가 아닌 뉴스를 찍어왔고 앞으로도 소리를 찍는 유가족 유튜브 방송 416TV 카메라를 그렇게 아픈 자들 옆에 말없이 세워둘 참이다.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녹사평역 광장에서 발걸음 소리와 산 자들의 심장 소리가 다음 세대까지 들릴 수 있도록…

김환태 감독 인터뷰

영화 바람의 세월 ‘김환태 감독’ 사진=시네마 달 제공

“국가는 무엇인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던 그 마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안전 사회를 향한 절박한 외침, 구호, 행동들은 지금도 유효한가?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기억하자 외쳤던 것은 세월호 참사로 떠난 304명은 죽음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의 외침, 간절한 다짐의 기억이었다.

지성 아버지 인터뷰

영화가 주는 어떤 거창한 메시지!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은 죽어도 없다. 모든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목표이지만 진상 규명을 해 나가는 과정, 굶고 삭발하고 걷고 싸우고… 긴 시간 동안 걸어온 순간들의 기록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싶다. 각자가 그 영화를 통해서 생명과 안전에 정말 작은 것 하나, 그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정말 진심으로 느끼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이 걸어온 그 길의 자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작지만, 큰 진전의 걸음을 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광장, 함께 외쳤던 그 소중한 순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소중한 기억의 힘을 믿으니까.
우리는 그 “기억과 바람”을 소환할 것이다.
그것이 세월호 10주기 영화가 담아야 할 의미이다.

– 김환태 ‘바람의 세월’ 감독

영화 바람의 세월 포스터. 사진=시네마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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