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 이야기]

지원금 보조때만 과일값 반짝 인하…냉해 방지 등 장기대책 고려를

사과값은 작년 12월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12월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는 종목, 바로 사과다. 이 그래프는 사과 도매가격 그래프다. 얼핏 보면 연이은 호재에 우상향을 그리며 상승 중인 주식 그래프와 비슷하다. 파란색 선은 2024년산 사과 가격, 붉은색과 녹색 선은 각각 평년과 2023년산 사과 가격을 의미한다. 전년과 평년 대비 가격이 높은 이유는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월 8일 대학가 고시촌 앞, 과일 트럭이 자리를 지켰다. 매대엔 오렌지, 망고 등 수입과일이 주를 이뤘다. 한편에는 ‘골라 골라 사과 4개 만 원’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지만, 비싸진 가격 탓에 사과를 구경하는 손님은 20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그마저도 사장님과 한참 이야기하더니 검은 봉지에 사과 두 개를 담고 사라졌다. 국민과일이 고민 많은 과일로 변한 순간이었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도, 소매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있다.ⓒ더농부

가격안정자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나 우려

정부는 급등한 과일값을 내리기 위해 1,500억 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투입 직후 사과 소매가격은 23% 하락하며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지만 공급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한계는 명확했다. 3월 28일부터 사과 가격이 다시 상승한 것이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안정을 위해 무제한, 무기한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1,500억의 예산이 소진되면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가격안정자금 지원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수산업의 전반적인 구조 및 정책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가격안정자금으로 사과값은 떨어졌지만, 추가공급이 어려워 7월 햇사과 출하 전까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뉴시스

1,500억이면 냉해 피해 방지하는 ‘방상팬’이 20,000개

1,500억 원. 농림수산식품부의 2024년 예산(18.3조 원)의 1%도 안 되는 자금이다. 동시에 냉해 피해 예방을 위한 ‘방상팬’ 20,000개(1개=750만 원)를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기온이 설정 온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방상팬’은 냉해 피해 뿐만 아니라 여름철 폭염 열기를 식히거나 장마 이후 습기 제거에도 활용된다. 방상 팬 1대에 대략 1,000평을 관리할 수 있는데, 1,500억 원이면 2,000만 평의 냉해 피해 관리가 가능하다. 국내 사과 재배면적 33,000ha(1ha=3,000평)의 20% 수준이다. 농산물 가격의 변동 폭이 큰 것은 바뀔 수 없는 현실이니, 1,500억 원을 다르게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주배 과수원에 설치된 냉해 방지용 방상팬이다. 냉해방지 뿐 아니라 여름철 폭염과 장마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농민들의 관심이 많지만 가격이 비싸다ⓒ뉴시스

2021년 사과가 더 비쌌는데···생산량 유지가 관건

2021년 한 해 사과 평균 가격은 10개 기준 31,634원이다. 특히 2021년 3월과 4월 사과 가격은 33,000원을 웃돌았다. 2020년 이례적인 장마 피해로 평년 생산량 50만 톤에 훨씬 못미치는 42만 톤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2022년과 2023년 사과 평균 가격은 각각 26,878원, 25,384원이다. 21년과 22년 사과 생산량은 평년(50만 톤)보다 높은 51.6만 톤, 56.6만 톤이다. 기후와 자연재해 피해 정도에 따라 작황이 달라지는 농산물 가격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격안정자금 지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제는 기후변화 대처에 취약한 과수산업의 구조변화가 필요하다.

2024년 사과값은 2021년보다 저렴하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과값, 통계청은 올랐다고 말하고 aT는 내렸다고 발표

한편 기관마다 다른 사과 가격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사과 가격은 지난 2월보다 7.8%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에서 발표한 사과 가격은 2월보다 3월 가격이 대략 1,000원 정도 저렴했다. 통계청에선 사과 가격이 올랐다고 발표하고 aT는 가격이 내렸다고 한 것이다. 두 기관의 가격 차이는 조사 방식이 달라서 발생했다. 통계청은 주 3회(초, 중, 하순) 불특정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카드사나 대형마트 자체 세일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aT는 구매영수증을 기반, 주 20회(주말 제외 월~금) 대형마트 중심으로 조사한다. 지난 3월 대형마트의 사과 할인 폭이 컸던 탓에 aT와 통계청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두 기관의 상반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이 ‘핫이슈’가 되는 것을 고려해보면 소비자들은 사과값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더농부 인턴 이우중

제작 총괄: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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