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A~Z (29)

건축가의 시선에서 전하는 전원주택 이야기

땅 구입할 때는 ‘기반 시설’ 확인하세요

전원주택을 짓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땅을 구하는 일입니다. 땅을 구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땅이 있어야 땅에 대한 법규 분석을 통해 주차장 및 이동 동선을 어떻게 배치할지 계획할 수 있거든요.

땅을 구입하기 전에 하는 상담은 단순 예산 정도의 이야기밖에는 오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땅 구입 전에는 잘 상담하지 않습니다. 계속 두리뭉실한 대화들만 뺑뺑 돌거든요. 땅이 있으면 할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이 땅에 대한 도로 진입부터 땅에 걸려있는 법규 및 제한을 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치와 내부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땅이 있어야 땅에 대한 법규 분석을 통해 주차장 및 이동 동선을 어떻게 배치할지 계획할 수 있다. ⓒ이동혁

많은 분이 땅에 대한 조언을 구하세요. 땅을 봐달라던지 이 땅이 좋은 땅인지 등을 문의하시는데요. 사업 초반에는 많이 봐 드렸지만, 현재는 아예 땅에 대해 컨설팅해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저희가 땅을 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건축 인허가가 날 수 있는 땅인가!”

오로지 이것만 봅니다. 다른 부분들은 취향이 담기는 부분이라 건축가로서 그런 부분들까지 피드백해 드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후 본인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땅에서 발생하면 건축가인 저희 탓을 하더라고요. 저희가 땅을 잘못 사게 유도했다고요. 참 어이가 없죠. 돈을 받고 해 드리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의도에서 도움성 상담을 해 드렸던 것인데 문제가 터지면 건축가 탓을 합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는 합니다. 많은 꿈을 안고 구입한 땅에서 내 마음에 안 드는 단 하나의 부분만 발생해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아예 땅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 드립니다. 땅을 무조건 구해와야 하며, 땅 구입 후 상담 의뢰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미 정해진 땅에서 법규를 분석하고, 이 땅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배치를 조언해 드립니다. 땅에 대한 피드백을 드리지는 않지만, 땅을 구입할 때 팁 정도는 조언을 드립니다.

“건축주님이 도로와 기반 시설을 모두 개발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웬만하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터가 닦이고 전기 및 수도 등이 세팅된, 즉 기반 시설이 들어와 있는 땅을 구매하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는데요. 많은 분이 스스로 너무 자신하셔서 전기나 수도 등 기반 시설을 직접 시공하기가 쉬울 거로 생각하지만 인부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간에 부딪힙니다. 땅을 개발하는 범위는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상회합니다. 하기 어렵습니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범위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드립니다.

기반 시설이 있는 땅을 사야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 ⓒ이동혁

자 그러면, 우리는 기반 시설이 들어와 있는 땅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땅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나 도로 등은 이미 해결돼 있기 때문에 건축주님은 오롯이 집에 대한 부분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돈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개발 단지 업자들 편을 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수도를 끌어오고 전기를 끌어오고, 마지막으로 토지에 대한 옹벽 등의 토목공사까지 해야 하는 땅이라면? 저는 그런 땅은 사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집 짓기를 하실 때 안전한 길을 항상 가도록 노력하세요. 조금의 돈을 아끼려다 배로 비용이 드는 상황을 많이 접합니다.

마지막으로 LH나 SH에서 분양하는 단독주택 필지를 구매하면 좋겠지만 이러한 땅들은 너무 비싸죠. 그래서 결국 개인업자가 개발한 땅을 구입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또 중요한 점 하나! 최종 땅 계약 전 꼭 지역의 구청이나 시청에 들러 이 땅에 인허가상 문제가 없는지 담당 공무원한테 물어보세요. 모르실 것 같아 안 물어보시려고 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그 땅의 인허가 담당자이기 때문에 내막을 다 알고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하죠. 꼭 확인, 그리고 또 확인, 마지막으로 담당 공무원까지 확인.

그다음 땅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전원주택 집짓기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집은 장마를 피하고 겨울을 피해야 하므로 착공을 들어갈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오늘 계약했다고 내일 뚝뚝 집이 시작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파트 인테리어 생각하시고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는데요. 신축공사는 도면을 그리고 인허가를 받아야지만 공사가 가능하다는 사실! 이 내용 알고 집 짓기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시기는 봄과 가을입니다. 예외 없습니다. 다른 계절에는 애초에 계약을 안 해 드리기 때문에 공사에 못 들어갑니다. 장마 시즌과 얼음이 어는 겨울철에 계약하면 집을 싸게 지어준다는 분들 계시는데요. 제가 장담하는데 계약만 하고 공사 못할 겁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집을 지을 수 있는 시기는 봄과 가을로 한정돼 있다. ⓒ이동혁

건축공사는 기후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철근콘크리트든 목조든 똑같아요. 공법으로 구분되는 게 아닙니다. 시즌이 정해졌으니 이제 역산해 보면 되겠죠.

만약 3월 초에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인허가와 착공계는 최소 2월 초에는 나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재 발주하고 측량하고 착공할 수 있는 준비에 들어가죠. 2월 초에 인허가가 날려면 2개월 전에는 인허가 접수가 돼야 합니다. 역산하면 12월 초에는 인허가가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최소 기간입니다. 실제로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됩니다.

12월 말에 인허가 접수하려면 그전에 뭘 해야 할까요? 네, 건축 도면 그리셔야죠. 건축 도면은 평균 3~4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그럼, 8월 초에는 설계가 시작돼야 12월 초에 인허가 접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됩니다. 8월 초에 설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한 달 전인 7월 초에는 계약이 되고 현장 답사 및 현황측량도면이 그려져야 합니다.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도 전년도인 7월 초에는 계약이 시작돼야 그다음 연도인 3월에 공사가 가능합니다.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도 전년도 7월 초에는 계약이 시작돼야 그다음 연도인 3월에 공사가 가능하다. ⓒ이동혁

그래서 공사를 앞둔 2~3개월 전에 회사에 찾아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해도 반년 전. 저희는 전년도 5~6월 정도에는 찾아와야 계약 의뢰가 가능하다고 상담 드립니다. 8월 중순에 시작되는 가을 공사는 어떨까요? 평균 가을 공사를 하시는 분들은 전년도 11~12월 정도에는 모두 계약을 마칩니다. 여러분들도 해를 넘기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해가 넘어가기 전 11~12월에는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꼭 인지하시기를 바랍니다.

회사마다 그 연도에 착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 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인력이 정해져 있으니 무작정 다 계약을 받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도 연간 30채만 계약 받다 보니 나중에 의뢰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은 죄송스럽게도 거절하여 돌려보냅니다. 지금 위에서 알려드린 일정은 최소한의 일정들을 알려드린 거예요. 항상 그전에 회사를 방문해서 상담받으세요. 그래야 좀 더 계획적인 건축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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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집짓기는 처음이시죠?

저자
이동혁,임성재,정다운
출판
트리오북
발매
2022.07.10.

글·사진=이동혁 듀밀리언 공동대표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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