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공동취재)/사진=뉴스1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공동취재)/사진=뉴스1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을 둘러싼 음주 뺑소니 사고 의혹이 연일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실제 사고의 피해보다 사고를 대하는 김호중 측의 자세에 더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 자신의 유불리만을 따져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후 음주술타기 의심받는 김호중
 
김씨는 지난 9일 밤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의 택시를 정면 충돌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이후 김씨의 모습은 수상함 그 자체였는데요. 사고를 내고도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여 뒤 경찰에 찾아온 사람은 김씨가 아닌 김씨의 매니저였습니다. 김씨와 옷을 바꿔입고 경찰을 찾아온 매니저는 자신이 차량을 운전했다고 진술하는데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음주 사고 후 도주, 운전자 바꿔치기 등이 의심되는 정황이었지만 김씨의 소속사는 음주 사실을 적극 부인했습니다. 김씨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측은 김씨가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것과 매니저의 허위 진술,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제거 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음주 사실만은 끝까지 숨기려 했습니다.
 
허위 진술, 메모리 카드 제거 등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김씨가 아닌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변명이었습니다.
 
소속사의 말과는 달리 김씨의 음주운전을 말해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고 이런 사실을 은폐하는 과정에도 김씨가 간여한 듯한 정황들이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고 당일 이미 수차례 음주 자리에 참석했으며 술자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대리운전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사고 직후 경기도의 한 모텔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입해 마셨습니다.
 
결국 김씨는 음주운전뿐 아니라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음주운전 혐의 성립을 어렵게 하기 위해 이른바 후행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습니다.
 
뒤늦게 캔맥주를 마신 것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후행 음주를 하면 경찰의 음주 검사에서 음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알코올이나 알코올 부산물이 나와도 사고 전에 마신 것이 아니라 사고 뒤에 마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요. 음주운전자들이 주요한 수사 방해 수법 중 하나로 술타기 수법으로 불립니다.
 

음주운전 중 뺑소니 교통사고 낸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음주운전 중 뺑소니 교통사고 낸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운전자 바꿔치기·후행 음주음주사고 종합세트

경찰은 김씨와 김씨 소속사 대표, 소속사 직원 등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어 검찰도 빠르게 영장 청구에 나섰습니다.
 
김씨의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위험운전 치상)입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지시했다고 고백한 소속사 대표 이 모씨에게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가, 블랙박스 메모리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 전 모 본부장에게는 증거인멸 혐의가 각각 적용됐는데요. 다만 허위 진술을 한 김씨의 매니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김씨에게 도주치상과 함께 위험운전 치상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위험운전 치상은 술이나 약물에 의해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전을 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적용됩니다. 일반적인 음주운전보다 처벌이 무겁습니다.
 
만취 상태가 아닌 상태의 음주운전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도로교통법 규정이 적용됩니다. 이때의 음주운전 처벌은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데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퍼센트 미만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집니다. 반면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상죄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지시한 김씨 소속사 대표가 받고 있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처벌이 무겁긴 마찬가지입니다. 형법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숨겨주거나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또 이를 교사한 사람도 동일하게 처벌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음에도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공연을 강행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음에도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공연을 강행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의도적인 추가 음주김호중법 만들어지나
 
김씨는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후 아무런 후속 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 모처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김씨는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를 구입해 마십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한 하기 힘든 행동인데요.
 
법률 전문가들은 김씨의 이런 행동에 후행 음주 의도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음주 측정을 어렵게 만들어 혐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 같은 음주 사고를 낸 후 추가로 술을 마시는 술타기 수법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요. 아직 우리 법은 이런 의도적인 추가 음주를 제재할 수 있는 법 조항을 마련해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자들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건데요.
 
지난 2019년 A씨는 술을 마신 후 자신의 차를 운전하다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후 A씨는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친구의 집으로 향하는데요. 그리곤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십니다. 마치 사고 이후 술을 마신 듯 상황을 꾸미기도 하는데요.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A씨가 사고를 낸 당시 이미 술에 취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고를 낸 시점과 음주 측정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어 정확한 음주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고 이후 술을 더 마신 것도 음주 추정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이유가 됐습니다.
 
지난 2020년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이탈해 소주 1병을 마신 후 음주운전 무죄 판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술타기 수법을 처벌할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더 이상 음주운전자들의 꼼수를 방관해선 안 된다는 판단인데요.
 
대검찰청은 지난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후 관련 처벌을 피하기 위해 추가로 음주를 하는 사고 후 고의 음주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규정을 마련해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습니다.
 
이 규정은 일찌감치 김호중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대검 관계자는 이번 규정 신설과 관련, “사고 이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것은 음주 측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며 “규정이 신설되면 (추가 음주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강창한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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