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JTBC 사건반장
/ 사진 = JTBC 사건반장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에 치어 쓰러진 가운데 차량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조하기에 앞서 쓰러진 모습을 촬영하기부터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JTBC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좌회전하던 승용차와 정지신호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영상 속 사고차량 운전자 A씨는 일어나지 못한 채 허리를 부여잡고 있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휴대전화로 사고현장을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영상 제보자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고통스러워하는데 조치 없이 사진 촬영만 하는 모습이 경악스러워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큰일 날 수 있는 상황이고 계속 신음하고 있는데 사람 먼저 돌보는 게 맞지 않나”며 “사진 찍는 건 그 후에 해도 되는 건데”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과실 없더라도 구호조치부터

방송이 전파를 탄 후 누리꾼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119부터 부르고 찍어도 안 늦는데 너무하다” “생사가 문제될 수도 있는데 잔인하다” 등 혀를 차는데요. 반면 “잘못은 오토바이가 했다” “나중에 발뺌할 수 있으니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A씨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 상황만을 놓고 보면 사고의 가장 과실책임은 A씨가 아닌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신호를 위반한 채 오토바이를 몰아 도로를 횡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A씨는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측면의 오토바이를 보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정도에 불과할 텐데요.

문제는 A씨가 사고의 과실비율과 별개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에서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정차하여 일정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부과되는 구호의무는 사고에 대한 귀책사유와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본인의 차량에 사고가 발생한 이상 일단 자동차에서 내려 피해자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한 다음 병원으로 후송해야 합니다. 별다른 조치 없이 방관한다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2020년 화물차량 운전자가 우측으로 끼어든 오토바이와 충돌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습니다.

사건 재판부는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화물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도주치상 혐의 무죄를 선고한 반면 사고 후 미조치죄는 여전히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상대 측 과실이 명백하다고 해도 사상이 발생한 이상 함부로 사고 현장을 이탈하거나 부상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접촉 사고의 경우라도 사고 후 미조치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무단횡단을 하려던 노인이 승용차를 보고 놀라 넘어지며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는데요. 항소심에서 차량 운전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에 놀라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는데도 운전석에서 말다툼한 뒤 그대로 가버렸다”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ㆍ전화번호ㆍ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에서 같다) 제공

제148조(벌칙) 제54조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주ㆍ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제1항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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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조치 하지 않으면 부작위범…인적사항도 전달해야

교통사고 후 미조치죄는 부작위범에 해당하는데요. 부작위범이란 작위범과 반대로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죄가 성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 제18조에 따르면 부작위범은 보증인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보증인이란 위험한 결과를 방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으로 법령, 계약, 선행행위, 조리 등에 의해 정해집니다.

스스로 위험을 발생시킨 뺑소니범이 선행행위에 따른 작위의무를 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무과실 운전자에게도 구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다소 가혹해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교통사고 후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이상 위법하지 않은 선행행위로부터도 작위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에게도 구호조치 의무가 있을까요?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목격자의 경우 보증인 지위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작위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해외 국가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통해 일반인의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프랑스에서 범죄 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의 구조요청을 방관하면 5년 이하 구금 또는 7만 5천 유로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현행법은 사고 관련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는데요. 다만 충돌 정도가 매우 경미해 사고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정차한 차량에까지 구호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운전자가 동승자나 목격자에게 사고 처리를 부탁하고 현장을 떠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부상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운전자가 직접 성실히 후속 처리를 해야 한다”며 구호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면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뒤 현장을 떠났어야 한다”며 “이 경우 운전자의 지배 하에 있는 자를 통한 구호조치도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은 또 구호조치를 한 다음에도 피해자에 인적사항을 전달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줬더라도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리지 않고 떠난 경우, 신원확인조치 미이행에 따른 위법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2월 유명 DJ B씨가 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1%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고 사고 후 자신의 반려견을 끌어안은 채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는데요. 사고 피해자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B씨가 사망 사고를 내기 10여 분 전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차량 운전자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실도 드러났는데요. 앞선 사고와 관련, B씨 변호인은 “사고 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와 6~7분가량 대화를 했다”며 도주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재판부가 “연락처를 제공했느냐” 묻자 “피해자가 차량번호를 촬영했다”고만 답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1항 2호에서 열거한 인적사항은 이름, 연락처, 주소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에 검찰은 “연락처를 주지 않았으면 도망한 것”이라며 “차량 번호판을 찍는다고 해서 일반인이 차량 주인을 찾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B씨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며 6월 중 검찰 구형이 예정돼 있습니다.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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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터? 신고부터?”…올바른 교통사고 대처법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539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중 77%가 ‘차 대 차’ 사고입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 접수된 차 대 차 사고는 무려 28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베테랑 운전자라도 예기치 못한 사고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요. 운전자가 꼭 기억해야 할 교통사고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차량 정지, 사상자 구호, 보험 접수 및 경찰 신고, 증거 확보, 안전한 장소로 이동’ 이 순서를 꼭 기억해놓으시기 바랍니다. 

사고가 난 직후 가장 먼저 차량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사고를 내고 당황하여 자리를 피하면 뺑소니로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근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현장을 이탈한 결과 운전자 바꿔치기와 음주운전 의혹까지 제기됐고 추후 시인한 바 있습니다.

교통 여건상 즉시 정차할 수 없거나 차를 세울 장소를 찾기 위해 사고 현장을 벗어나는 경우라 하더라도 본의 아니게 도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즉시 정차란 자동차 주행속도에 비례하는 제동거리 이내에 정지하는 것인데요. 교통상황을 살핀 후 사고 지점 또는 부근의 안전한 곳에 정차한 다음 비상등을 켜야 합니다.

이후 도로교통법 제54조에서 정한 조치의무를 순서대로 이행합니다. 운전자 본인과 동승자, 상대 차량 탑승자나 보행자 등 사고 관련자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다친 사람이 있다면 응급처치를 하거나 119를 통해 병원에 후송해야 합니다. 이후 상대방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교환합니다. 본인의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 현장을 떠나거나 사상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미조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보험사와 경찰에 사고 사실을 알립니다. 가입한 자동차 보험 회사 고객센터로 전화해 △운전자 인적사항 △차량 정보 △사고 위치 △사고 경위 △상대 차량 정보 및 상대 운전자 인적사항 등을 고지해야 합니다. 접수 후 10~30분 이내에 보험사 현장 출동 담당자가 도착하며 견인이 필요할 경우 보험사 렉카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후 보험사가 교통사고 과실비율을 책정하는데요. 결과에 불복한다면 분쟁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 경찰 신고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원칙적으로 사고가 났다면 꼭 경찰을 불러 현장을 보고하고 공소권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행법은 인명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는 경찰에 △사고 위치 △사상자 수와 부상 정도 △손괴한 물건과 손괴 정도 등을 신고할 것을 의무로 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인 12대 중과실 사고에 속하는 경우 보험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진 신고해야 합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에 따른 12대 중과실 사고는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 속도 20km 초과 과속 △앞지르기 방법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보도 침범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화물적재 위반입니다.

보험사 접수 후에는 사고 원인과 과실 비율 판단을 위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양측 블랙박스 영상과 주변 CCTV, 목격자 진술과 목격차량 블랙박스 등을 체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차량 파손 부위만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먼저 20~30m 뒤에서 전반적인 사고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다각도로 촬영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때 차량 번호판이 꼭 나와야 하며 도로상황이 문제된 경우라면 신호등 또는 표지판도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고 당시 각 차량의 진로 및 속도 파악을 위해 타이어와 핸들 방향, 차량의 접촉·파손 부위 등을 확대하여 찍어 둡니다. 만약 상대방과 사고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경우 녹취나 메모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상대 차량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잘잘못을 따지며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는데요. 사고를 접수했다면 후속 처리는 보험과 경찰의 몫입니다. 

만약 1차 사고가 진로를 방해해 2차 사고가 일어났다면 1차 사고의 당사자는 2차 사고에 대해서도 형사책임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에 대해 대법원은 최초 원인제공 차량이 후행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와 같이 추가 사고가 우려되는 곳에서는 수습 후 빠르게 차를 포켓도로 등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정체 구간이나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구간이라면 사고 발생지점 100m 후방, 야간에는 200m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세워 다른 차량이 사고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장지수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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