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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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제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지만 이번에도 역시 여야 대치 정국 속에 원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범야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여당은 정국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야가 모두 절대 양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위원장은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과 운영위원회(운영회) 위원장입니다. 이전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요. 각각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회의 개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구성 협상법사위·운영위 집착 이유는?

최근 국회는 모두 임기 시작부터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원 구성은 외교, 국방, 교육 등 분야에 따라 나눠진 ‘상임위원회'(상임위) 위원장직을 배분하는 게 핵심입니다. 상임위는 본회의 상정에 앞서 법안을 논의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현재 국회에는 총 18개의 상임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여야는 매 회기 시작 때마다 중요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서로 가져가기 위해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으로 정해진 개원 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22대 국회도 입법 속도의 가늠자인 법사위와 회기 결정을 비롯해 국회 일정을 조율하는 운영위원회를 놓고 서로의 요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법사위는 매번 원 구성 협상을 할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상임위입니다. 법사위는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원 등에 대한 감시·감독 등 사법체계에 대한 내용과 함께 탄핵 소추,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 등에 관한 사항을 담당합니다. 

이중 사법체계 감시·감독에 대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법사위가 더욱 주목받는 건 법안 체계·자구 심사 가능 때문인데요. 법안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이 다른 법과 부딪히지 않는지(체계), 법안에 적힌 문구에 문제는 없는지(자구)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데요. 하지만 이같은 본연의 역할보다 법사위가 더 주목받는 건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법사위가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법 제정의 속도를 좌지우지할 수 았습니다. 
 
법사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데요. 법사위가 단순한 체계·자구 심사에 머물지 않고 법안 내용에 수정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상임위 토의를 마친 법률안에 대해 법사위가 단순 수정이 아닌 내용 수정을 가하는 건 주어진 기능 밖의 일인데요. 특히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일수록 법사위에서 법안의 내용이 달라지는 일이 많은데요. 이에 법사위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당은 국정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한 자리로, 야당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한 자리로 각각 법사위원장 자리를 탐내고 있습니다. 물론 야당의 의석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사정이 좀 다른데요. 여당으로선 야당에게 국정 주도권을 내주기 않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 자리가 절실합니다. 
 
운영위원회는 무슨 일을 할까요? 운영위는 국회운영, 국회도서관,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비서실 등을 감시·감독합니다. 특히 대통령실 예산안을 심사하고 대통령실 소속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서는 등 대통령 직속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국회 회기와 의사 일정도 운영위원회에서 정해집니다. 국회 회의를 언제 열고 닫을지를 운영위가 결정한 건데요. 이밖에 긴급현안질의에 대한 협의도 운영위를 통해 이뤄집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민주당 “달라진 의석 수 반영해야” vs 국민의힘 “관례대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법사위·운영위를 포함해 11개 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나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통치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명분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역대 최다인 점을 지적했는데요. 민주당 내에선 법사위와 운영위 위원장 자리뿐 아니라 채 상병 사망 사고와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임명 과정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장 자리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다수결로 결정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쉽게 말해 법대로 하자는 의미인데요. 범 야권의 의석 수가 압도적인 만큼 국회법상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선거로 뽑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협조만 있으면 175석의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맡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 입법 폭주 프레임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바 있는데요. 이후 치러진 2021년 4·7 부산시장·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하는 역풍을 맞았습니다.
 
여당 국민의힘은 이전 관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는 게 국회의 오래된 관례였다는 주장인데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다수당의 지위로 원 구성을 독식하려는 것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역대 원 구성은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을 이뤄왔던 것이 국회의 전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4년 17대 국회부터는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각각 맡는 형태로 여야간 갈등을 막는 국회 운영의 묘를 살려왔습니다.

국회법

제41조(상임위원장) ② 상임위원장은 제4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라 선임된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뉴스1

법사위원장 자리는 누구에게?…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여야

우리 정치사에서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는가는 정치 역학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16대 국회까지 법사위원장은 원내 1당이자 여당이 차지해왔는데요.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는 제1당과 여당이 일치하면서 여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이던 김대중 정부 때는 달랐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집권했지만 곧 여소야대의 상황을 맞아야 했습니다 . 당시 16대 국회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 의석 수를 합친 것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의석 수보다 적었습니다. 이에 16대 국회 내내 법사위원장 자리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가져갔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새로운 관행이 생겼습니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관행이 생겨난 건데요. 그러나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여야 갈등 속에 이같은 관행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는 법사위원장에 비해선 갈등의 정도가 덜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려 왔는데요.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여야는 22대 국회 개원을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이어가갈 계획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늦어도 다음 달 7일까지는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국회법은 개원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날부터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선 21대 국회 때도 이같은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여야간 협상이 불발된 때문인데요. 이번 역시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서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지난 21대 국회처럼 원 구성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21대 국회는 전반기 원 구성에 48일이 걸렸습니다.

국회법

제15조(의장ㆍ부의장의 선거) ② 제1항에 따른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실시한다. 다만, 그 날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 다음 날에 실시한다.

제41조(상임위원장) ③ 제2항의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까지 실시한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김예진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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