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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와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군대에서 사고가 나면 국방부는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고 조작하는데, 부모들은 어떻게 귀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제발 돌봐주세요. 가해자는 떳떳하게 살고 피해자는 왜 여기저기 도와달라고 항의하고 부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부모들은 정말 사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달 25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육군 훈련병이 입대 9일 만에 쓰러져 이틀 뒤에 숨진 사건에 대해 현역 장병 부모들이 국방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복되는 사망사건 국방부를 규탄한다’ ‘은폐축소 어림없다 진상규명 착수하라’ 등의 피켓을 든 현역 장병 부모 등 50여명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2022년 육군 12사단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아들과 같은 부대에서 또 다른 아들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김씨는 “숨길 생각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사해서 아이들 좀 그만 죽여라”며 “매번 사건 터질 때마다 벌 받을 사람 벌 안 주고 진실 밝히지 않는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니까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 “애써 자식 키워 군대에 보냈더니 집단 괴롭힘에 숨졌고, 육군은 아직도 우리 상현이 죽음이 순직인지 아닌지를 결정해 주지 않아서 1년 6개월째 국군 수도병원의 차가운 냉동고에 얼려진 상태로 놓여 있다”며 “우리 아들 떠난 이후에도 군대에서는 자살 미수 사건과 사망 사고는 또 발생하는데, 무슨 염치로 자식들을 군대 보내라는 통지서 쪼가리를 집집마다 보내는 것이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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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와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현역 장병 모친인 A씨도 잇따라 발생하는 사망 사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A씨는 “훈련병이 구타를 당하다가 죽었는데, 국방부는 사인을 조작하고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까지 방조하며 왜 진상 규명을 제대로 안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꽃같이 예쁜 청춘을 피우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왜 명명백백 수사하지 않는 건지, 몇 년이 지나도 이 같은 반복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건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아이를 믿고 맡긴 군대에서 구타, 집단 따돌림, 언어폭력 등에 노출돼 우리 아이가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부모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채상병 사망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바뀐 것이 없다”며 “여전히 군인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하고 ‘선착순 뺑뺑이 훈련’을 받았다. 이는 최대한 전력 질주해서 먼저 들어온 사람을 제외하고 또다시 뛰게 하고, 다시 뛰게 하는 굉장히 나쁜 전근대적인 가혹 행위”라며 “군기훈련 규정에 없는 훈련을 사적으로 시키는 것은 명백한 가혹 행위, 즉 고문이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국방부를 규탄하고, 수사기관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 사건의 성격은 명확하다. 12사단 신병교육대 간부들이 입대 9일 차 훈련병 6명에게 가혹행위를 저질렀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다”며 “수사기관은 가혹행위와 사망에 책임 있는 중대장, 부중대장 등을 신속하게 수사하고, 신병 확보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구속수사에 돌입하는 것이 우선 임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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