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둔화했지만 체감물가는 상승

공공요금‧국제유가 하반기 최대 복병 작용

물가 쇼크에 자영업자‧소비자 모두 ‘비명’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계산대에 줄을 서 있다.ⓒ뉴시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데다 살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먹거리 물가가 이달을 기점으로 일제히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2%대 초중반의 물가를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억눌려 있던 공공요금을 비롯해 국제유가, 식품가격의 인상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고물가’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7% 오르며 두 달 연속 2%대 물가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지난해 7월(2.4%)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4월(2.9%)과 비교해 0.2%포인트(p) 낮아졌다.

하지만 지표의 온기는 민생으로 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을 기점으로 식품 가격도 일제히 오른다. 6월 들어 초콜릿과 콜라·사이다, 김, 간장 등 각종 가공식품과 음료,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이 줄줄이 오르거나 오를 예정이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4일부터 황금올리브치킨 계열 2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다만 가격 인상 시점을 두 차례 유예했다. 식품‧외식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했다가 계획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공요금 역시 하반기 물가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요금 동결로 악화한 재무구조의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하철 등 수도권 교통요금도 하반기 인상을 앞두고 있다.

국제유가의 움직임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4.4달러로 전월(89.2달러)보다 내려갔다. 그러나 지정학적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국제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인상 자제를 촉구하면서 업체들도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도 “재료비가 올랐을 뿐 아니라 유가 리스크 확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가격 인상을 유예하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방문객이 과자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물가 쇼크에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전통시장 등 어디를 가든 가격표를 확인하면 치솟는 물가로 한숨부터 나오고, 생활밀접 먹거리와 외식을 대신한 배달음식까지 모두 무섭게 올라 지갑 열기가 공포스러울 정도다.

특히 식품 물가 상승폭이 하락하고 있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식품은 구매빈도가 높아 정부의 통계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정주부 A(40대)씨는 “각종 공공요금 물가부터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며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한 와중에 향후 물가 안정은커녕 약제비와 병원비까지 요동쳐 가계부담으로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물가상승 문제는 자영업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면서 수익성 및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져 폐업과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기본적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3월 물가 정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그간 물가 상승세를 견인해온 요인들이 점차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제유가도 5월이 4월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목표를 위해 농산물과 식품원료 51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하거나 연장한다. 식품·외식업계의 물가 부담 완화 동참을 유도하는 한편, 민생밀접 분야에서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도 병행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 물가상승률은 2%대로 둔화됐으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서민 생활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민께서 느끼시는 생활물가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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